싱겁게 끝난 '세기의 소송'... 머스크, 오픈AI 상대 소송 돌연 취하

"오픈AI, 설립 취지 어겨" 소송 3달여 만
이유는 안 밝혀... "승소 어렵다 판단한 듯"

2016년 9월 당시 Y콤비네이터 대표를 맡고 있던 샘 올트먼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인터뷰하고 있다. Y콤비네이터 영상 캡처

실리콘밸리 '세기의 소송'이 될 뻔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챗GPT 개발사 오픈AI 간 법적다툼이 싱겁게 마무리됐다. 머스크가 11일(현지시간) 오픈AI를 상대로 냈던 소송을 취하하면서다.

오픈AI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었던 머스크는 오픈AI가 '이익보다는 인류를 위해 인공지능(AI) 연구를 추구하겠다'는 회사 창립 당시의 합의를 어겼다며 지난 2월 오픈AI를 상대로 투자금을 되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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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 측 변호인들은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이날 소송 취하를 요청했다. 오픈AI가 낸 소송 기각 신청 심리일(12일)을 하루 앞두고 돌연 싸움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오픈AI는 머스크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머스크와 어떤 설립 계약이나 합의도 한 적이 없다"며 기각을 요청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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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승소가 목표 아니었다? 소송 철회 이유는

머스크 측은 소송을 취하키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오픈AI 측과 협의나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불과 하루 전 머스크가 애플이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 챗GPT를 탑재하기로 한 데 대해 거센 반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는 "애플이 기기 운영체제에 챗GPT를 통합하면 회사에서 애플 기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보안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테크업계에서는 머스크의 변심을 승소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머스크가 주장한 오픈AI의 설립 계약이 당사자들의 서명이 담긴 서면 형태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으로 미뤄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해 왔다.

애초 승소가 목적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이 오픈AI의 창업과 성공에 깊숙이 관여했고, 오픈AI의 대항마인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소송을 '이용'했을 뿐이란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머스크는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따라서 더는 소송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

머스크는 2016년 샘 올트먼 현 오픈AI CEO 등과 오픈AI를 공동 창업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오픈AI에 약 4,400만 달러(약 580억 원)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오픈AI의 영리 활동 등을 두고 올트먼 등과 이견이 커지며 2020년 오픈AI와 완전히 갈라섰고, 이후 오픈AI와 올트먼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히 드러내오고 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