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청약도 양극화···청량리 아파트 4만여명 몰릴 때 충남 홍성은 또 미달

유희곤 기자 2024. 6. 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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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발생 사유·투자가치 영향
“자격 제한해 ‘묻지마 청약’ 방지해야” 지적도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한양 제공

청약통장 없이도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무순위 청약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개 가구가 물량으로 나온 서울 청량리역 근처 아파트 청약에 4만5000명 가까운 신청자가 몰린 반면, 충남 홍성군에선 무순위 청약이 거듭 미달되는 경우가 있었다. 같은 무순위 청약이라도 발생 사유와 투자가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무순위 청약 자격 기준을 보완해 시장 왜곡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충남 홍성군의 충남내포신도시 디에트르 에듀씨티는 지난 7~10일 147가구의 무순위 청약(임의공급)을 진행했으나 일부 유형에서 미달이 나왔다. 전용면적 84㎡B 69가구 모집에 54명, 84㎡C 72가구에 34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84㎡A만 6가구 모집에 15명이 접수해 경쟁률 2.50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10일 하루 진행된 서울 동대문구의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무순위 청약(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에는 4만4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84㎡ 1가구 공급에 4만4466명이 접수했다.

이는 같은 무순위 청약이지만 청약 발생 사유와 투자가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줍줍’(줍고 줍는다)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크게 무순위 사후접수(사후접수), 임의공급,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사후접수는 최초 분양 당시 청약자 수가 공급주택보다 많았으나 자격 미달이나 계약 포기로 잔여 가구가 발생했을 때 실시한다. 임의공급은 청약자 수가 공급주택보다 적어서 미달했을 때 한다. 최초 분양에서 경쟁이 발생한 단지는 처음에는 반드시 사후접수 방식으로 무순위 청약을 해야 하지만 이후부터는 어느 방식으로 해도 상관없다.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은 불법전매, 위장 전입·이혼 등으로 계약이 취소됐을 때 이뤄진다. 사후 접수와 임의공급은 유주택자도 가능하지만 계약 취소 후 주택 재공급은 해당 지역 무주택자만 청약할 수 있다.

즉 임의공급이 사후접수나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급조건이나 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최초 분양 때 나온 시장의 평가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충남내포신도시 디에트르 에듀씨티는 1431가구 대단지임에도 2022년 11월 실시한 분양에서 706명 모집에 그쳤다. 입지와 환경은 좋지만 84㎡ 분양가가 유형별로 최고 3억9592만원에서 4억3406만원으로 인근보다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은 분양가(10억6600만원)와 인근 시세(15억원)를 고려하면 4억여원의 차익이 기대되는 곳이다. 최초 분양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이 지나 전매제한 기간 1년도 적용받지 않는다. 같은 평형의 전세가 8억원대 중반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사후접수든 임의공급이든 규제지역(현재 서울 서초·강남·송파·용산구)이 아니라면 재당첨 제한이 없고 당첨자 관리대상도 아니다. 이로 인해 ‘묻지마 청약’으로 경쟁률만 높고 실제로는 미계약 물량이 계속 발생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 10일 마감한 인천 연수구의 인천 디에트르 송도 시그니처뷰 임의공급 경쟁률은 174㎡A(2가구) 483.50대 1, 174㎡B(1가구) 489대 1이었다.

2019년 10월 최초 분양 당시에도 174㎡A는 6가구 모집에 161명, 174㎡B 3가구 모집에 59명이 각각 신청했지만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다. 시행사는 한 차례 홈페이지에서 사후 접수를 했고 청약자도 몰렸지만 완판에 실패해 이번에 다시 임의공급을 했다.

정종훈 KB금융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시장 및 청약시장 위축에도 무순위 청약 신청자가 몰리는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고, 입주자 모집 공고가 반복되면서 불필요한 업무와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청약 방지를 위해 비규제지역에도 (재당첨 제한 등) 추가적인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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