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갈라져" "北 대포 쏜 줄"… 부안 규모 4.8 지진에 놀란 시민들

김혜지 2024. 6. 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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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8시 26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땅과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지진은 역대 한반도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7번째, 해역 지진을 포함한 전체 지진 중 16번째로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 강원 동해시 해역에서 발생한 후 1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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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기·충남 등 유감 신고 322건
벽면 금 가는 등 시설 피해 잇따라
올해 최대 규모, 인명 피해 없어
부안서 규모 3.1 추가 지진 발생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4.8 규모 지진으로 보안면에 있는 한 창고 벽면이 깨져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12일 오전 8시 26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에 이어 오후 1시 55분 부안군 남쪽 4㎞ 지역에서 규모 3.1의 15번째 여진이 발생했다. 전국 각지에서는 땅과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322건의 유감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전북 지역이 84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47건, 충남 43건, 충북 42건, 전남 24건, 광주23건, 대전 21건, 세종 9건, 서울 13건, 경북 6건, 창원 5건, 강원·부산 각 2건, 대구 1건 순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지진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부안군 부안읍에 사는 50대 주민 김모씨는 “약 5초간 바닥이 심하게 흔들려 주택 싱크대가 내려앉았다”며 “살면서 이런 큰 규모의 지진은 처음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40대 김주연씨도 “아침에 아이들 등교시켜준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쿵’ 소리가 나면서 땅이 흔들렸다”며 “너무 놀라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고 호소했다. 김제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씨는 “’우르르르’ 소리가 나면서 책상이 흔들려 건물 내부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며 “북한에서 대포를 쏜 줄 알았다.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부안군청 한 공무원은 "오후에도 건물이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곧바로 기상청에서 추가 지진 안내 문자가 왔다"며 "오전보다는 경미한 수준이라 큰 피해는 없다"고 했다.

12일 오전 발생한 지진으로 전북 부안군 한 초등학교 건물 벽에 금이 가고 시멘트 가루가 곳곳에서 떨어지는 피해가 났다. 독자 제공

정부 부처와 중앙 행정기관이 밀집한 세종 시민들도 대부분 진동을 느꼈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근무하는 행정안전부 소속 최모(31) 사무관은 “재난 문자 메시지가 요란하게 울린 뒤 3, 4초 만에 책상이 흔들렸고, 팔을 통해 진동을 확실히 느꼈다”며 “이런 진동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다 할 피해는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지하1층~지상 15층의 건축물로 이뤄진 세종청사는 리히터 규모 7~8 규모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 등급 특등급으로 설계됐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시설 파손 등 별다른 피해 없이 “건물이 흔들린다”, “진동이 느껴졌다” 등 단순 문의만 접수됐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사는 배모(61)씨는 “화장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재난 문자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차례 흔들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조모(37)씨도 “지진 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광주광역시에 사는 친정어머니한테서 연락을 받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불안해했다.

경기·인천 지역 주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기 용인시인데 (진동이) 느껴진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데 재난문자를 받고 바로 건물이 흔들거렸다”고 적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장송희(40)씨는 “집에 있는데 진동이 느껴졌는데 지진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인천항과 인천지하철 1·2호선 등 주요 시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2일 오전 부안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여진을 느낀 전주 전라중 학생과 교사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

지진 발생 지역 인근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운동장 등으로 대피했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백산초(교실·화장실 벽 균열 및 체육관 처마 손상) △계화중(2·3학년 교실 금가고 담장 파손) △동진초(유치원 출입문과 급식실 천장 텍스가 떨어짐) △상서중(숙직실 파손) 등 부안·전주·군산 등 11개 학교에서 시설 피해가 났다.

부안군 한 초등학교 교장은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나서 1시간 정도 지나자 벽에 금이 가고 시멘트 가루가 곳곳에서 떨어졌다”며 “학생들이 많이 놀라 안정을 취하고 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 여파로 일부 학교에서는 학사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교육부에 따르면 충북·충남·전남 3개교는 휴업했고, 충남 1개교는 등하교 시간을 조정, 충북 1개교는 단축 수업을 하기로 했다. 전북은 모든 학교가 정상 수업을 했다.

12일 오전 발생한 지진으로 부안군 행안면 한 편의점 진열대에서 음료수가 바닥에 쏟아졌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전북소방본부는 창고 벽이 갈라지고 주택 화장실 타일이 깨지거나 편의점 진열대에서 음료수가 쏟아지는 등 9건(부안 7건, 익산·정읍 각 1건)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다.

이번 지진은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2도, 진원 깊이는 8㎞로 추정된다. 올해 최대 규모이며 역대 한반도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7번째, 해역 지진을 포함한 전체 지진 중 16번째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 강원 동해시 해역에서 발생한 후 1년여 만이다.

부안=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서울=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경기=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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