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투자자 친화적인 ‘돈 버는’ 바이오텍 등판... 아이빔테크, 1000억 몸값에 상장
거래소 예심청구 후 7개월 만에 승인
밴드 7300~8500원에 몸값 1076억원
지분 60% FI, 1~3개월 보호예수
의과학 현미경을 만드는 바이오텍 아이빔테크놀로지가 코스닥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신약 개발이 아닌 신약 개발용 장비 판매로 작년에만 45억원 매출을 낸, 이른바 ‘돈 버는’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해 주식시장의 바이오 외면을 넘는다는 방침이다. 2026년과 2027년 순이익 전망치로 1000억원 몸값을 꺼내 들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7개월이 넘는 심사 끝에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획득했다. 상장 대표 주관은 삼성증권이 맡았다.
회사는 이번 상장에서 총 234만4000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7300원에서 8500원으로 책정했다. 내달 15일부터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 7월 중 상장을 예정했다. 밴드 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190억원, 시가총액은 1076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의 김필한 교수가 2017년 세포 영상화 기술을 앞세워 창업했다. 첨단 레이저 광학 장비로 단일 세포 및 다종 세포 간 상호작용, 약물 반응을 체내에서 즉각적으로 살필 수 있는 생체현미경을 상용화해 판매까지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선 아이빔테크놀로지의 ‘매출’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줄기세포연구소, 존스홉킨스 어린이병원, 매사추세츠대 메모리얼의료센터 등 전 세계 의료 부문 최상위 기관들이 이미 아이빔테크놀로지의 생체현미경을 구매한 상태로 일반 바이오텍과는 다른 매출 기반을 갖춰서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지난 2021년 미국 하버드의대 내에 보스턴 사무실을 개소, 대당 3억원이 넘는 자사 생체현미경의 시연 및 영업·판매에 속도를 냈다. 2021년 2대였던 판매량은 이후 2022년 5대, 2023년 10대로 늘었다. 누적 판매량은 22대, 지난해 매출은 45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프랑스의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도 생체현미경 장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약 28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도 제품 시연을 확대한 만큼 2026년이면 한 해에만 전 세계에 53대의 생체현미경을 판매해 작년 29억원이었던 영업손실도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신약 개발, 진단 시약, 줄기세포 등을 연구하는 레드 바이오 부문에 속하는 바이오텍이지만, 이를 연구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 제조 기술을 보유해 돈을 벌고 있다”면서 “생체 내 세포 관찰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생체현미경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아이빔테크놀로지와 주관사가 내세운 1076억원 몸값도 시장 친화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제품 시연 규모와 구매 전환율 추정을 ‘최상’, ‘중립’, ‘최악’ 3단계로 나눈 뒤 2026년과 2027년 당기순이익을 추정해 기업가치를 산출했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 추정에만 20% 할인이 더해졌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아이빔테크놀로지의 2026년과 2027년 당기순이익 추정치에서 20%를 현가 할인한 후 2대 1 비중으로 산출한 59억2000만원에 주당순이익비율(PER) 평균인 29.7배를 적용해 최초 1759억원 기업가치를 도출했다. 여기에 추가로 36.4% 할인을 더했다.
삼성증권 측은 “생체 내에서 세포를 추적할 수 있는 생체현미경 기술을 갖춘 기업 자체가 없는 탓에 미국(브루커코퍼레이션)과 독일(칼자이스메디텍)의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들의 사업 영역마저 생체 외 생체현미경인 탓에 할인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다만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아이빔테크놀로지의 수요예측 흥행이 당연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당장 아이빔테크놀로지가 주력하는 신약 전임상 이미징 장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바이오 시장조사업체인 VPA리서치는 현재 13억달러 수준인 이미징 장비 시장 규모가 2028년 약 23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가능성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신약 개발 중심의 바이오텍 업계에 첨단기술을 앞세운 바이오텍으로 일찌감치 조명받았다. 2017년 설립과 동시에 L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이어졌다.
이외에도 BNH인베스트먼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약 900만주로 전체 주식의 60%에 달한다. 그러나 의무보유 약정 기간은 상장 후 최대 3개월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빔테크놀로지 투자를 주도한 VC 한 관계자는 “바이오텍을 바라보는 시장의 불안을 고려해 공모 구조가 시장 친화적으로 짜인 측면이 있다”면서 “아이빔테크놀로지가 세포 분석 기술을 활용한 암세포 발견 등 진단 시장으로의 확장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장기 보유를 검토하는 기관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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