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박주현의 열연이 빛바랜 허망한 사투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2024. 6. 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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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영화 '드라이브'/사진=㈜메리크리스마스

90분 동안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하지만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많을 듯하다. 영화 '드라이브'의 상황이다. 

12일 개봉된 '드라이브'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납치되어 달리는 차의 트렁크에서 1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6억 5000만 원을 벌어야 하는 인기 유튜버의 긴박한 사투를 그린 트렁크 납치 스릴러다.

영화 '드라이브'/사진=㈜메리크리스마스

'드라이브'는 영화 초반 주인공 유나가 인기 유튜버로 유명세를 탄 상황을 보여준다. 유나는 관심도 받지 못했지만, 엉뚱하지만 순수한 모습이 네티즌에게 호응을 얻으며 단숨에 인기를 얻는다. 인기를 얻고, 광고도 촬영하고, 소속사 전속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유튜버로 성공을 거뒀다. 

거액의 계약 조건을 제안 받은 유나는 이전의 순수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인기가 유나를 만들었고, 유나는 인기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런 유나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유나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눈을 뜨고, 자신이 의문의 인물에게 납치됐음을 파악한다. 이어 납치범은 유나에게 제한 시간 1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으로 6억 5000만원을 벌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유나는 달리는 차 안 아니, 달리는 차 트렁크 안에서 살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 자작극 의심까지 받는 상황에서, 유나는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드라이브'는 '납치 스릴러'라는 장르답게 주인공 유나와 범인 사이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진다. 라이브 방송을 하는 유나는 때로 감정에 호소하기도 하고, 때로 악을 쓰면서 의문의 납치범에게 맞서기도 한다. 

'드라이브'의 재미는 딱 여기까지. 답답한 사건의 연속이다. 차 트렁크에 주인공이 갇혀 있는 배경에서 오는 답답함이 아닌, 사건의 전개가 주는 답답함이다. 

이 영화는 개봉 전, 언론시사회에서 박동희 감독이 기존 패닉룸 무비와 차별점이라고 한 '이동형 패닉룸 무비'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사건의 개연성이 탄탄하게 이어지는 게 아닌, 납치, 스릴러 그리고 차 트렁크라는 공식을 만들어 놓고 전개를 우겨넣는다. 주인공 납치에 대한 의문점에 '왜?'란 질문을 던져 놓고, 여러 용의자를 만들어놨지만, 개연성이 없다. 범인의 목적도 '결말에서 보여줄게'라는 틀에 가둬놓는다. 주인공과 범인의 두뇌싸움이 엉성하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를 대놓고 보여준다. 인기 유튜버인 주인공의 상황을 보면, '구독 취소' 각이다.  

영화 '드라이브'/사진=㈜메리크리스마스

이런 설정이다보니 박주현의 연기는 힘이 빠진다.  납치라는 공포,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범인이 대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되지 않는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는 박주현의 열연은 극 후반에 들어서면 흡인력이 떨어진다.  원맨쇼도 적절한 상황 전환으로 긴장감을 이어가야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극 후반부에 처절함과 찾아오는 주인공의 감정 기복은 연기일 뿐, 공감대가 현저히 떨어진다. 김여진, 김도윤, 정웅인, 하도권 등 조연 배우들과 치고 받는 연기 호흡도 간만 쳐줄 따름이다. 주, 조연 배우들의 연기 케미는 이 영화의 부족한 개연성을 채워줄 수 있는 조미료가 될 수 있었지만 맛을 내지 못했다. 카체이싱이 무료해질 시간에 반짝 눈을 뜨게 하지만,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까 싶다.  

영화 '드라이브'/사진=㈜메리크리스마스

'드라이브'는 소재는 분명 흥미로웠다. 박주현의 연기 변주도 이전 작품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러나 납치, 스릴러, 패닉룸 무비라는 설정의 연결고리는 이미 여러 장르 영화에서 봐온 클리셰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전'이라고 내세우는 상황도 과연 반전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주인공의 계속되는 감정 변화, 자백인 듯한 고백은 뜬금포다. 또한 주인공의 라이브 방송에서 구독자(네티즌)와 펼치는 설전, 악플은 재미로 볼 영화가 갑자기 교훈과 메시지를 던지는 분위기다. 이런 여러 상황이 일반적인 느낌을 벗어나려 했지만, 몰입도가 떨어지기에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극의 모든 설정, 상황이 분리된 분위기다. 주인공과 다른 마음으로 극장에서 탈출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드라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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