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대사 “가자뿐 아니라 서안도 불타…이 철군 뒤 하마스 포함 선거해야”

노지원 기자 2024. 6. 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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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리드 시암 주일본·한국 팔레스타인 대사 인터뷰
왈리드 시암 주일본 및 한국 팔레스타인 대사가 지난 5월3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스라엘 철군 뒤 국제군이 우리를 보호해달라. 팔레스타인이 선거 치를 때까지만.”

왈리드 시암 주일본 및 한국 팔레스타인 대사는 지난해 10월7일 이후 8개월 넘도록 계속되는 가자 전쟁 이후 계획과 관련해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 지구에서 철수해도 “얼마 동안은” 이스라엘로부터 팔레스타인을 보호해 줄 “국제 병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대통령은 이미 유엔에 여러 차례 가서 국제 사회를 향해 이스라엘로부터 우리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나 이번 전쟁에 관해 물었다.

시암 대사는 현재 이스라엘군과 전투 중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경쟁 정당인 파타흐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소속이다. 자치정부가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군과 직접 전투를 하지는 않지만 그는 현재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스라엘의 “대학살”이자 “인종 청소”라면서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철수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요구했다. 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서안 지구에 대해서는 잊곤 한다”며 “바로 전날(5월30일) 이스라엘군이 임시 수도 라말라에 들어와 시장 전체가 불에 탔다. 가자뿐 아니라 서안 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정부를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암 대사는 이스라엘의 계획이 “매우 분명하다”며 “가자 주민은 이집트, 서안 지구 사람은 요르단으로 내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의 해법에 대해 시암 대사는 “하마스는 이미 팔레스타인 국가가 설립되는 즉시 무기를 버리고 더이상의 저항 운동은 없을 거라고 밝힌 바 있다”며 “이스라엘군을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철수하도록 하고 국제군의 보호를 받으면서 그 다음 단계인 자체적인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다. 그는 “(하마스든 자치정부든) 이기는 쪽이 이기는 거다. 그리고 이 과정을 국제사회가 참관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라고 했다.

자치정부는 2006년 1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하마스와 2007년 3월 통합 정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력 다툼 끝에 6월 가자에서 전투를 벌였고 하마스에 패배한 뒤 서안 지구를 기반으로만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유엔은 자치정부에 옵서버 국가 지위를 부여했고, 국제법 상으로는 유일하게 ‘합법적’인 팔레스타인 정부다.

이런 상황에서 자치 정부가 하마스와 공존하며 협력할 수 있는지를 묻자 시암 대사는 “완전히 가능하다”며 “현재 모든 사람이 가족 중 누군가를 잃은 상태다. 이는 우리를 더 강하고 단결하게 할 것이다. (정치) 색깔과 관계없이 통합이 매우 가까워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우리의 생각은 하마스와 완전히 다르다”며 자치 정부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마스는 다르다. 그들에겐 현재 종교가 곧 정부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시암 대사는 향후 하마스가 계속 같은 노선으로 가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가자 지구가 완전히 파괴됐기 때문에 그들도 타협을 해야 할 것”이라며 “가자 주민들은 하마스 자체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그들은 생존과 그들의 가족, 국가와 영토를 위해 싸운다”고 했다. 이어 “종국에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들어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랍 중재국,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휴전협상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시암 대사는 “미국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한 아무것도 바뀔 게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네타냐후가 이끄는 시온주의 운동과 유대인의 로비에 마비됐다”며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이 나서야 한다. 76년 동안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국제법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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