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드로잉아트 동시 시연… ‘예술가의 영감’ 펼칠 무대 열어주다
용도별로 변형 가능한 지하공간
공연 리허설·전시 시연에 활용
대관 신청 후 10일간 무료 사용
지상엔 공유오피스와 미디어랩
희망기업은 최대 3년 입주가능
목재·금속 등 제품 제작시설도
“이렇게 공연 준비를 할 수 있는 연습장은 정말 귀해요. 덕분에 물 만난 물고기가 된 거죠.”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김용경 안무가는 바닥에 드러눕는가 하면 두 팔을 들고 기지개를 켜듯 일어나기도 한다. 무대 중앙을 가로지르는 벽에는 이진숙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 빔프로젝터를 통해 재생된다. 뒤이어 발레리나 한담희 씨가 무대에 들어와 김 씨와 함께 발레와 현대무용이 뒤섞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드로잉작가 이화연 씨는 바닥에 물감으로 이들의 춤사위를 표현한다.
마치 한 편의 공연같이 펼쳐진 이들의 무대는 사실 공연장이 아닌 아트코리아랩 지하 1층에 위치한 시연장에서 관객 한 명 없이 이뤄졌다. 오는 21일 서울 마포구 포스트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오늘 나는’을 준비하기 위해 이들은 이곳에서 현대무용과 발레, 드로잉과 사진이 한데 어우러진 리허설을 10일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공연 준비를 위해 모인 이들에게서는 아트코리아랩의 시설에 대한 호평 일색이었다. 안무가 김 씨는 “사실 우연히 아트코리아랩 투어를 왔다가 시연장을 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여기가 아니었다면 발레리나와 함께 맞춰보지 못하고 따로 연습할 뻔했다. 이렇게 바닥에서 뒹굴고 발레리나가 토슈즈를 신고 무용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정말 흔치 않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최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숨은 시연의 명소로 꼽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 10월 개관한 이곳은 무용, 연극, 뮤지컬 등 공연 준비는 물론 미디어아트 등 전시 시연에도 쓰인다. 예술가·단체, 예술 기업 등 예술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창·제작 실험부터 시연, 유통, 창업까지 전 단계를 돕기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
‘오늘 나는’ 공연팀의 연습이 한창 진행되던 지하 1층은 전시와 공연 등을 준비하는 창작자들에게 특히나 소중한 공간이다. 69㎡(약 21평) 규모의 시연장A는 거울로 된 한쪽 벽면 덕분에 무용, 연극, 뮤지컬 등 공연 리허설에 특화돼 있고 198㎡(60평) 규모의 시연장B, C는 넓은 공간과 고무판(댄스플로어)은 물론 음향 시스템과 용도에 따라 변형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공연예술과 사운드 시연, 영상 투사까지도 가능하다. 공연을 위한 시연장 외에도 분장실, 프로젝트 매핑을 지원하는 시연장 등 전자장비를 활용한 전시를 준비하는 예술가를 위한 설비도 있다.
앞서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희주 작가 또한 지난 4월 시연장에서 ‘그라운드 오브 바이브레이션’ 전시를 진행했다. 아트코리아랩에 갖춰진 키네틱 스튜디오를 대여해 작품을 작업하기도 한 그는 시연장을 대관해 소리, 영상, 음식, 모형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자신의 창작품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아트코리아랩 사업 설명회에 갔었는데 시설과 다양한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생각해왔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좋은 기회여서 바로 대관 신청을 했고 운 좋게도 필요한 기간에 시설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대관 절차가 간편한 데다 무료라는 점이다. 대관에 필요한 계획서를 제출하고 사용 승인이 나면 10일간(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 해당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관 후 이제 반년이 넘은 시설은 벌써 올해 7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대관을 담당하는 최윤정 아트코리아랩 대리는 “3개월 단위로 대관 신청을 받고 있는데 심사가 까다롭지 않고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예약률이 높은 것 같다”며 “시설 사용 목적과 맞지 않으면 반려하기도 하지만 실험과 시연에 가까우면 대체로 승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1층이 예술가를 위한 시연장이라면 지상에는 예술가와 예술기업의 제작과 유통, 창업을 돕는 시설로 가득하다. 지상 6층과 7층은 교육과 네트워킹 공간이다. 공유오피스와 미디어랩 등에서는 다양한 워크숍과 포럼,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대 3년간 머무를 수 있는 입주기업을 위한 공간은 16층과 17층에 마련돼 있다. 사업화를 추진하는 예술기업의 제품 제작을 돕기 위해 목재·금속 등의 가공 스튜디오와 사운드 스튜디오, 프린팅 스튜디오 등이 있다.
연습하는 공연 팀을 위한 시연장부터 사업화를 꿈꾸는 예술 기업을 위한 비즈센터까지 아트코리아랩은 전 단계 종합 지원이라는 목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수령 아트코리아랩 본부장은 “각 예술가와 예술기업이 정말 다른 방식으로 창작하고 개발을 하고 있어 개별적인 지원과 멘토링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제작 시설과 입주 공간을 마련한 만큼 많은 분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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