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BAL0891' 적응증 확대 박차…암 수술 전문의가 본 가능성은

정기종 기자 2024. 6. 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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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바실리아 도입 항암 물질, 고형암·혈액암 이어 방광암 치료 가능성 제시
연세의대 함원식 교수·박지수 박사 연구팀, 수술하는 의사 시선으로 방광암 치료 옵션 연구


신라젠이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항암 후보물질 'BAL0891'의 적응증 확대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당 물질은 현재 고형암 대상 임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혈액암으로 임상 범위를 확대한데 이어, 방광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자 전임상 결과를 추가했다. 회사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방광암 치료 옵션을 비롯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2일 신라젠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항암 후보물질 BAL0891은 현재 임상 중인 삼중음성유방암과 위암을 비롯해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과 방광암으로 영역 확장을 추진 중이다.

BAL08910은 트레오닌 티로신 키나제(TTK)와 폴로-유사 키나제(PLK1) 등 두 가지 인산화 효소를 동시에 저해하는 항암물질이다. 현재 각각 TTK 및 PLK1 억제제로 개발 중인 항암제는 다수 존재하지만, 두 효소를 동시에 저해하는 항암 물질은 BAL0891이 유일하다. 개발 성공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신라젠에겐 회사의 존폐 위기를 극복하게 한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과거 신라젠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펙사벡'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간암 임상 3상 실패가 당시 경영진의 배임 혐의까지 이어지며 이듬해 거래정지의 불씨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에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한 사업 구조의 한계 역시 부각됐다.

BLA0891은 2022년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 받은 신라젠이 경영 개선 핵심 요소로 꼽히던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 과제의 열쇠가 됐다. 같은 해 10월 거래재개 판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된다. 이후 신라젠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자리잡은 BAL0891은 꾸준히 적응증 확장 계획을 밝혀왔다.

실제로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삼중음성유방암과 위암에 지난 4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ACR)에서 방광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지난달에는 AML의 임상 추진 계획을 밝히며 계획을 가시적 성과로 연결 중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함원식 교수, 박지수 박사 연구팀은 전임상을 통해 BAL0891이 단독 또는 병용 시 방광암 세포주의 생존력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 TTK·PLK1 단독 기전 약물들보다 방광암에서 세포독성이 더 강력하다는 결과도 도출했다. 아직 전임상 단계로 성공을 예측하긴 이른 단계지만 방광암 효과를 제시한 연구진은 BAL0891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지수 박사는 "이중저해제로서는 최초의 약물인 BAL0891은 방광암 세포주 시험 결과만 놓고 보면 분명 단일 작용제 보다 효과가 좋다는 결과를 도출했다"며 "단일 저해제가 실패했던 이유는 물질이 세포주기 억제제다 보니 암 세포의 일정한 사이클과 동기화 되는 기전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중 저해제는 해당 측면에서 실마리를 찾아 정확한 기전을 찾아가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의 기전 상 다른 항암제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될 것 같고, 병용 시 더 효과가 좋을 것으로 판단돼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다"며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없지만 전임상 결과가 좋으면 임상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는 계열 내 최초 신약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 함께 그동안 항암제 임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던 수술의로 구성된 연구팀이 찾아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함원식 교수, 박지수 박사 연구팀은 수술을 통해 직접 암을 제거하고 현장에서 직접 검체를 접하는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믿고, 수술의에 특화된 항암 실마리 찾기에 집중하기 위해 약 8년 전부터 연구실을 꾸려 지속해왔다.

함원식 교수는 "병리결과지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 검체 일부를 실험용으로 저장하기 위해 암을 잘라서 보면 수술의로서의 느낌이라는게 있다"며 "현장에서 각 환자의 예후나 암 자체를 볼 수 있고, 항암제와 수술 두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내 외과 계열 중에서도 항암제 연구를 열심히 하는 분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비교적 부족한 시간을 쪼개 연구를 해나가는 상황이지만 차별화 된 강점은 분명한 만큼, 수술의가 주도하는 의미있는 연구 성과들도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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