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조건’ 갖춰야 석유생성… 인공위성 탐사 뒤 1~4㎞ 지층 뚫어 확인[Who, What, Why]
유기물 함량 높은 근원암서 생성
석유 가두는 덮개암 구조 등 필요
탄성파 통해 밀집지역 찾아내고
회전용 굴삭기 ‘비트’ 활용 시추
유전 판명 땐 가스 주입해 추출
위치·매장량 따라 비용 천차만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국정 브리핑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 심해에 35억∼140억 배럴의 대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석유 탐사·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수천 미터 깊이에 묻혀 있는 석유는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될까. 호수나 바다에 살던 플랑크톤 등 생물 사체가 바닥에 쌓여 있다가 지각변동에 따라 땅속으로 이동하고 이후 지열과 지압에 의해 분해돼 탄화수소 혼합물로 변한 물질이 바로 석유다. 석유가 나는 유전(油田)이 만들어지려면 일단 큰 퇴적분지가 형성돼야 하고, 적절한 온도와 압력에 의해 화학변화가 진행돼야 한다. 또 석유가 있는 지층구조인 석유층이 생성되는 사암이나 석회암이 있어야 하고, 지각변동에 의해 석유가 고이기 쉬워야 한다. 이 같은 조건들이 동시에 성립돼야 하기 때문에 석유를 채취할 수 있는 지역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번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트랩·근원암·저류암·덮개암 충족해야 석유 생성 =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프로젝트 자료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이 △트랩(Trap) △근원암(Source Rock) △저류암(Reservoir Rock) △덮개암(Seal Rock)의 4가지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석유가 집적된 석유층이 형성될 수 있다. 트랩이란 석유나 가스가 매장돼 있을 만한 지질구조다. 석유는 물보다 가벼워 항상 물 위에 뜨게 되고 동시에 지하의 강한 압력에 의해 끊임없이 위쪽으로 밀어 올려진다. 이 같은 ‘악조건’을 견디면서도 석유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잡아 둘 수 있는 구조가 바로 트랩이다. 근원암은 석유가 생성되는 암석이다. 유기물 함량이 높은 셰일 등 세립질 이암으로 구성돼 있다. 대량의 석유를 만들어 내려면 유기물 함량이 높아야 한다. 저류암은 이름 그대로 만들어진 석유를 저장하는 암석으로 주로 사암이나 석회암으로 구성된다. 근원암에서 생성된 석유는 공극률이 높고, 투수율이 좋은 저류암으로 이동하게 된다. 빈 공간을 의미하는 공극률과 통과 척도를 뜻하는 투수율이 높을수록 많은 양의 석유를 저장할 수 있다. 근원암에서 아무리 많은 석유가 만들어져 저류암으로 이동해도 뚜껑 역할을 하는 덮개암이 부실하다면 물보다 가벼운 석유 특성상 집적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덮개암은 낮은 공극률과 불투수성을 특징으로 한다.
◇인공위성과 탄성파까지 동원한 석유 탐사 = 트랩에서 석유를 캐내는 과정은 탐사→개발→생산의 3단계로 진행된다. 물론 탐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입찰, 지분 참여, 자산 매입 등을 통해 탐사 권리인 ‘조광권’을 확보해야 한다. 탐사 단계에서는 항공기나 인공위성을 이용한다. 공중에서 지표 사진을 촬영해 적외선 등 특수한 방법으로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찾기 위해서다.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지표지질 조사, 중자력 탐사, 탄성파 탐사 등 물리탐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지표지질 조사는 습곡, 단층, 균열대 등을 직접 탐사하는 절차다. 중자력(중력·자력) 탐사를 통해 지하 암석 분포나 퇴적분지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고, 지표면에 파동을 발생시킨 후 파동이 되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과 파형을 분석하는 탄성파 탐사로 지질구조를 알아낸다. 탄성파 속도는 통과하는 물질의 조성과 밀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석유가 모여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2D뿐 아니라 3D에서 4D까지 탐사 방법이 발전해 지하 지층구조를 수직 및 수평으로 정밀 탐사할 수 있고 2∼3%에 불과했던 성공률이 20∼30%대까지 올라가고 있다. 탐사가 끝났다고 바로 개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물리탐사를 해서 취득한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석유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큰 지층구조(유망구조)를 도출한 후 실제로 석유 부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탐사 시추(試錐)’가 시작된다. 현재 한국석유공사가 도달한 곳이 이 같은 자료 해석 단계다.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추는 직접 구멍을 뚫어 석유가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비트(Bit)’라고 불리는 회전용 굴삭기가 수천 미터 깊이의 석유층에 도달하게 되면 압축돼 있던 물·석유·가스가 떠오르게 된다. 시추 깊이는 목표 지질층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석유를 생산하는 지층들은 일반적으로 1∼4㎞ 사이의 깊이에서 발견된다. 시추 비용은 석유 개발 비용의 50∼6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과정이다.
◇크리스마스트리 닮은 시추탑 설치하고 개발과 생산 = 유전임이 판명되면 본격적인 개발·생산 단계에 들어간다. 개발 단계에서는 매장량 및 생산량을 예측하는 유전 평가 후 개발계획 수립이 이뤄진다. 이제 생산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시추탑에는 자연 분출이 일어나지 않는 중질 원유를 뽑아 올리기 위해 대형 펌프를 설치한다. 석유가 압력에 의해 펑펑 쏟아지는 건 아니다. 자연적으로 분출되는 석유는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펌프로 뽑거나 가스·물·특성 화학약품 등을 주입해 강제로 뽑아낸다. 이 밖에 원유를 가스와 분리하기 위해 대규모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송유관, 저장 및 선적 시설도 갖춘다. 생산·운영 비용은 육상이나 해양 등의 위치, 매장 깊이, 매장량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중동처럼 대량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면 저렴하지만, 북해처럼 수심이 깊고 작업 조건이 열악하다면 비용이 올라간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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