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DMC 랜드마크 용지, 거듭 유찰에 '99년 임대' 검토

공급가 8365억… 서울시, 20년째 개발 표류에 '여의도 IFC'식 카드 만지작

서울 마포구 상암 DMC 랜드마크 용지 개발이 계속 지연되면서 '99년 임대' 카드 적용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용지 개발이 20년 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서울시는 최근 여섯번째 매각 입찰에서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부지에 적용했던 '99년 토지 임대'하는 방식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마포구 상암동 DMC 랜드마크 용지의 사업계획서를 접수했지만 응찰자는 아무도 없었다.

해당 용지는 상암동 1645·1646 필지다. 총 3만7262㎡ 규모이며 공급 예정 가격은 8365억원이다.

시는 2004년부터 이곳에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20년 동안 개발이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최근 진행한 여섯번째 입찰에서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고 참여 조건도 완화했지만 결과는 유찰이다.

서울시는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주거용도 비율을 20% 이하에서 30% 이하로 늘리고 숙박 시설은 20% 이상에서 12% 이상으로 비율을 낮췄다.

사업자 초기 부담 해소를 위해 특수목적법인의 설립 자본금도 총사업비 10% 이상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등 투자 여건을 크게 개선했지만 소용없었다.

최근 계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토지 매입과 개발에 이르는 과정에서 얻는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유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유찰이 거듭되자 시에서는 20년 전 여의도 IFC에 적용했던 '99년 임대' 방식을 DMC 랜드마크 용지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FC는 서울시 소유의 부지 약 3만3000㎡를 미국 금융기업인 AIG가 99년 동안 임대해 지은 건물이다.

임대 기간은 50년을 보장하고 1회에 한해 49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99년 동안 임대가 가능하다. 임차 기간이 끝나면 서울시는 토지는 물론 건물도 기부채납을 받게 된다.

다만 국내 기업이 시유지를 99년 동안 임대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르면 임대형 개발의 위탁 기간은 30년까지로 제한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계 기업은 IFC 부지를 최대 99년 동안 임대할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은 최장 30년으로 제한돼 역차별을 받고 있는 만큼 빠른 개발을 위한 법 개정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토지 임대 방식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DMC 랜드마크 부지 개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