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셰플러와 찰떡 코스? “공·수 분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민학수 기자 2024. 6. 1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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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읽어주는 남자’ 최진하②] 셰플러가 5번 출전해 2번 마스터스 우승한 까닭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셰플러는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다./EPA 연합뉴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11승 가운데 메이저 대회 2승을 올렸다. 2022년과 2024년 마스터스에서 그린 재킷을 입었다. 2019년 PGA 2부 투어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를 거머쥔 셰플러는 2020년 PGA투어에 진출해 마스터스에도 처음 출전했다 5년 연속 출전해 두 번이나 우승했으니 승률 40%다. 16번 출전한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는 아직도 우승이 없다. 셰플러는 1965년 잭 니클라우스(25세 80일), 2001년 타이거 우즈(25세 99일), 1983년 세베 바예스테로스(26세 2일)에 이어 이른 나이에 마스터스에서 2승을 거둔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세계 유명 코스에 대한 연구를 하는 최진하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은 “셰플러는 올해 우즈에 버금가는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 15승을 포함해 PGA투어 82승을 거둔 우즈와 비교하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의 검증을 거쳐야겠지만 메이저 중에서도 유달리 마스터스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우즈처럼 셰플러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공통점도 있다. 코스와 선수의 궁합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R&A와 미국 USGA(미국골프협회)의 레프리 스쿨을 모두 이수하고 두 기관으로부터 최고 등급을 획득한 전문가다. 지난해 여름 용인대학교 대학원에서 ‘골프 규칙의 진화 과정에 관한 연구 –형평성 이념(Equity)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체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세계 유명코스를 탐방하고 코스 설계에 대한 전문 서적들을 즐겨 읽으며 ‘코스 읽어주는 남자’란 컨셉의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가 마스터스 3라운드까지 7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셰플러의 경기 스타일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셰플러는 오거스타에서 20번의 라운드를 했습니다. 5번 모두 컷 통과를 했고, 오버파 라운드를 2번(2021년 1라운드 73타, 2023년 2라운드 75타)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두 번이나 우승했습니다. 이런 기록으로 살펴보면 셰플러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아주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베팅회사에서는 내년도에도 스코티 셰플러의 마스터스 우승 확률을 최고로 볼 겁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공격형 코스 또는 수비형 코스 중 어떤 유형에 속한다고 봅니까?

“기본적으로 골프는 홀을 공략하도록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한 라운드에 티샷하고 홀아웃하는 행동을 18번 반복하는 게임입니다. 타수를 적게 치고 이기기 위해서는 공격적으로 라운드해야 합니다. 이러한 골프의 속성 때문에 코스 설계가는 선수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코스에 여러 가지 덫(traps)을 배치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파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코스를 수비형 코스라고 부르고, 적극적으로 버디나 이글을 잡아내도록 유도하는 코스를 공격형 코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물(5개 홀에만 배치)과 벙커(44개)가 많지 않고, 러프가 없는 반면에 그린 주변과 그린의 굴곡이 심한 코스입니다. 공격해야 하는 홀과 수비해야 하는 홀들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코스입니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88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 17번 홀 그린에서 그린을 읽고 있다./AFP 연합뉴스

-공격보다는 타수를 지켜야 하는 대표적인 홀은?

“아멘코너(11~13번 홀)의 시작인 11번 홀(파4)입니다. 이 홀에서의 4라운드 전략이 2024년 마스터스의 승부를 갈랐습니다. 520야드로 긴 파4홀입니다.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의 11번 홀 핀 위치는 물 쪽으로 바짝 붙여서(그린의 왼쪽 뒤나 앞) 설정됩니다. 선두인 셰플러를 쫓던 루드비그 아베리(스웨덴)와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핀을 직접 공략하다 볼을 물에 빠트렸고 결국 더블 보기를 했습니다. 반면에 셰플러는 그린의 오른쪽 앞 주변을 겨냥했고 짧은 퍼 퍼트를 놓쳤지만 보기로 막았습니다. 타수 차이는 벌어졌고 추격자들의 기세는 한풀 꺾였습니다. 핀이 어디에 설정되든 11번 홀은 그린의 오른쪽 앞이나 그 주변을 노려 보수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대표적인 홀입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두 번째 샷이 중요한 코스라고들 합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전략적 코스 설계’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코스입니다. 홀마다 공략 경로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을 적절하게 공략하기 위해서는 티샷을 보내야만 할 구역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세컨드 샷 코스라고 불립니다. 예를 들어 495야드 파4홀인 5번 홀은 페어웨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경사져 있고 그 왼쪽에는 벙커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티샷을 페어웨이 중앙에서 오른쪽에 안착시키면 최적입니다. 그 이외의 구역에서는 그린 공략 거리가 길어진다든가 아주 좋은 샷이 나와야 파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벙커나 좌우 소나무 숲으로 볼이 가면 보기를 피하기 어려워집니다. 2024년 마스터스 4라운드 5번 홀에서 우즈도 티샷을 오른쪽 숲으로 보낸 여파(언플레이어블 볼 구제로 다시 티샷 후에 3퍼트; 볼이 소나무 숲에 놓여 있어 후방선 구제나 측면 구제는 불가능하기에 스트로크와 거리의 구제 방법밖에 없게 되어 다시 티잉 구역으로 되돌아감)로 트리플 보기를 기록했습니다.”

-마스터스에서의 우승 공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4개의 파5 홀에서 최대한 점수를 줄이고, 나머지 홀들에서는 최소한 점수를 잃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홀별 난도를 비교해보면 쉬운 홀 5개는 2번-8번-15번-13번(이상 4개 홀은 파5; 13번 홀은 거리를 545야드로 늘리고 나서 난도가 높아짐)-16번 홀(파3홀) 순입니다. 반면 4번(파3), 5번(파4), 11번(파4) 홀은 모두 어려운 홀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홀을 2개 더 고르라고 한다면 10번(파4)-18번(파4) 홀이 어렵습니다. 나머지 홀들은 어려운 홀들에서 잃은 점수를 만회할 수도 있는 홀들입니다. 2024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셰플러의 스코어 카드를 살펴보면 마스터스 우승의 비밀을 파헤쳐 볼 수 있습니다. 셰플러는 쉬운 5개 홀에서 4라운드 합쳐서 11 언더 파를 기록했습니다. 셰플러가 오버 파를 기록한 홀들은 4번-5번-7번-11번-17번 홀인데 8오버 파였습니다. 그 나머지 홀들에서 8언더파를 기록하여 어려운 홀들에서 잃은 타수를 만회했습니다. 그 결과 11언더파로 우승(2위 오베리와 4타 차이)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쉬운 홀 5개 홀에서 얻은 점수로 마스터스를 제패한 것입니다. 2022년 마스터스 우승 때 셰플러의 스코어 카드도 이와 유사합니다. 셰플러는 쉬운 홀 5개에서 9언더파를 기록했고, 어려운 홀에서의 7오버파를 여타 홀에서의 8언더파로 상쇄하여 10언더파로 우승(2위 매킬로이와 3타 차이)했습니다. 쉬운 5개 홀에서의 9언더파와 우승 스코어가 1타 차이입니다. 2019년 타이거 우즈의 경우는 쉬운 5개 홀에서 얻은 10 언더파를 나머지 홀들에서 더 늘려서 13언더파(2위 그룹과 1타 차이; 17번 홀까지 2타 차이였으나 18번 홀에서의 의미 없는 보기로 1타 차이가 됨)로 우승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살펴본 것처럼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려면 쉬운 5개 홀에서 최대한 점수를 줄이고, 어려운 홀들에서 잃은 점수를 나머지 홀들에서 만회해야 합니다. 이러한 스코어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샷한 볼을 숲이나 물로 보내면 안 되고, 더블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피해야 합니다.”

-마스터스에서는 극적인 승부가 유난히 많습니다. 추격자들이 스스로 무너진 영향도 크지 않았습니까?

“그랬습니다. 마스터스 우승자들이 독주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1965년에 9타 차이로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와 1997년에 12타 차이로 우승한 타이거 우즈의 경우가 ‘다른 세상에서 골프를 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에 선두를 달리던 선수가 허망하게 무너진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경우가 1996년 마스터스에서 6타 차 선두였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78타를 치고 무너진 그렉 노먼이었습니다. 최근에는 2011년 마스터스에서 4타 차 선두를 달리던 매킬로이가 10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면서 80타로 무너진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스터스는 1타 내지는 4타 차이로 우승이 갈렸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스터스의 우승자는 마지막 라운드의 아멘 코너에서 결정된다는 속설이 굳어졌습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셈입니다. 2024년의 마스터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4라운드 선두인 셰플러를 추격하던 선수들이 스스로 무너졌지요. 아베리와 모리카와는 11번 홀 더블 보기로, 호마는 12번 홀 더블 보기로 스스로 무너져서 추격의 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우즈가 우승한 2019년의 마스터스에서도 아멘 코너의 드라마가 벌어졌습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보기를 하지 않았던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12번 홀 더블 보기에 이어 15번 홀에서도 더블 보기를 하며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습니다. 추격하던 브룩스 켑카(미국)도 12번 홀의 더블 보기로 그 기세를 잃어버렸습니다. 우즈는 11번 홀과 12번 홀에서 파를 지키고13번, 15번,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황제의 귀환을 알리며 우승했지요.”

88회 마스터스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최진하 박사./올댓골프

- 앞으로도 셰플러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다고 평가하는 근거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멋진 샷(great shots)을 하기보다는 실수를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스크램블이 가능한 곳으로 볼을 보내야 합니다. 물과 소나무 숲으로 볼을 보내면 안 됩니다. 이러한 기준에 최적화된 선수가 바로 셰플러입니다. 스코티 셰플러는 평균 타수 1위, 라운드당 버디 수 1위입니다. 스트로크 획득 타수의 거의 전 부문에서 1위입니다. 그만큼 샷을 보내고 싶은 곳으로 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최하위권이었던 퍼팅 부문 통계도 바닥을 벗어나면서 퍼팅으로 타수를 잃는 홀도 크게 줄었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공동 설립자이며 설계가인 최초의 그랜드 슬래머인 보비 존스는 토너먼트 골프의 정수를 깨닫고 나서 그 당시의 메이저 대회에서 13승(프로 대회 7승, 아마추어 대회 6승)을 한 바 있습니다. 토너먼트 골프는 파를 기록하면서 참고 또 참아야 우승할 기회가 온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실수를 했다고 노회한 할아버지(Old man par)에게 항복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기를 했다고 버디로 만회하려다가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말씀이지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인내하는 골프로는 셰플러가 단연 세계 최고이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실수를 가장 적게 하는 선수가 우승할 기회를 잡을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코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선수에게 아주 유리한 코스입니다. 출전 선수도 100명 이내로 적은데다가 셰플러는 마스터스에서 두 번의 우승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현재의 몸 상태와 실력을 유지한다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셰플러의 대항마는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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