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다시 꺼낸 저축은행 M&A…페퍼·상상인 등 자본비율 아슬아슬

이경남 2024. 6.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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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악몽, 다시?]②
저축은행 '여력 있다' 면서도 M&A카드 만지작
부실가속화 예상…PF대출 9조 중 절반 '1~3개월 연체'
BIS비율 권고치 11%대 9곳…IBK·우리금융은 자본확충

저축은행의 각종 지표가 악화일로를 달리면서 저축은행 M&A를 통한 '옥석 가리기'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과거 부실 저축은행 사태라는 '홍역'을 앓았던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저축은행을 정리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단단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부실 저축은행 사태이후 저축은행들이 체력을 꾸준히 다져왔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아직은 버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저축은행 M&A 카드 만지작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비수도권 저축은행이 건전성이 악화한 수도권 저축은행을 인수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중에서도 대주주의 증자 등을 통해 체력을 보충하기 어려운 저축은행은 정리하겠다는 복안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비율 규제인 BIS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1% 이하(자산 1조원 이상)인 회사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약 1년 전인 지난해 7월에도 저축은행 M&A를 활성화 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었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에게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시스템 위기를 최소화하면서도 정부의 관치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M&A가 부실한 금융회사를 정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며 "우리나라는 위기 때마다 M&A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한 경험이 있고 최근 저축은행들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 카드를 다시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M&A 규제 완화를 내비치자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들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도 업계도 현재의 시점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 부실저축은행 사태때처럼 저축은행들이 위기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M&A규제방안을 논의한다고 해서 저축은행업계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도 "저축은행들이 최근 몇년간 경영환경이 악화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부실 저축은행 사태이후 저축은행들은 꾸준히 성장해왔고 최근에는 위기대응을 위한 체력도 꾸준히 보강해 왔기 때문에 지나친 위기감 형성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경고등 켜진 저축은행 어디?

그럼에도 자본여력이 떨어지고, 모기업의 자본확충이 어려운 곳들은 자연스레 M&A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저축은행의 부실화 또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PF에 적극적으로 돈을 댄 곳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각 저축은행의 경영 공시를 살펴보면 79개 저축은행 중 43곳이 전체 여신의 10% 이상이 PF 대출에 쏠려있다. 이 중 6곳은 전체 여신 중 15%가 넘는 수준이 PF여신이다. 

그나마 대출이 잘 상환되는 등 관리가 잘 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44개 저축은행 중 23곳(웰컴, 키움예스, HB, 더케이, 조은, 민국, 한국투자, 상상인, 모아, JT, 인성, 안양, 안국, 동원제일, SNT, MS, 대백, 스마트, 더블, 대한, 삼호, 센트럴, 상상인플러스)은 PF대출의 연체율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PF대출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영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회사 PF담당자는 "저축은행들의 PF대출 현황을 보면 부실화가 본격화 된 고정이하여신도 많지만 요주의 여신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요주의는 아직은 부실화 되지 않은 대출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정상적인 여신이 아니라는 의미도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금융회사는 내어준 대출을 △정상 △요주의(1~3개월 연체) △고정(3개월 이상 연체) △회수의문(3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연체) △추정손실(12개월 이상 연체) 등으로 나눠 구분한다. 따라서 요주의 대출은 일단은 '부실'이 아니지만 연체가 진행되고 있어 부실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대출이다.

이와 관련 저축은행 업계의 올해 1분기 PF여신 규모는 약 9조3907억원이며 이 중 정상여신은 3조7497억원 가량이다. 요주의 여신규모는 4조6948억원으로 50%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자본여력이 아슬아슬한 곳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법정기준으로 자산 1조원 이상인 경우 BIS비율이 8%, 1조 미만인 경우 7% 이상이어야 한다. 단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부실 가능성 차단을 위해 자산 규모 1조원 이상은 11%, 1조원 미만은 10%를 넘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이 1조원 이상이면서 BIS비율이 11%에 근접한 저축은행은 △애큐온 12.02% △페퍼 11.38% △KB 12.12% △상상인 11.31% △OSB 12.09% △JT친애 11.23% △JT 11.33% △상상인플러스 10.88% △IBK 10.35%(최근 자본확충)등 9곳이다.

이 기간동안 자산 1조원 미만이면서 BIS비율이 10%에 근접한 저축은행은 △CK 10.29% △머스트삼일 10.64% △솔브레인 9.46% △대아 10.5% △대원 10.6% 등이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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