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로 수백억 번다"…유통업계의 새 먹거리 'IP사업'

김지우 2024. 6. 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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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현대 등 자체 캐릭터 IP 사업 확장세
내부 활용에 외부 협업·해외진출까지
/ 사진=아이클릭아트

유통업체들이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지적재산권(IP)' 사업에 나서고 있다. 다시 말해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이다. 캐릭터를 사용하는 기업은 계약기간 동안 캐릭터 소유 기업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거나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를 낸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그룹 계열사에 캐릭터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로 캐릭터 활용을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IP 수익을 낼 뿐만 아니라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인지도 상승 효과를 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자체 캐릭터로 '식음료'부터 '게임'까지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자체 캐릭터인 '흰디' 젤리를 선보였다. BGF리테일과 협업해 편의점 CU에서 판매한다. 양사는 흰디가 젤리 모양의 젤핑, 젤뽀, 젤봉 3명의 친구들을 만나 행복을 수집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세계관을 만들었다.

프로모션도 마련했다. 타사와의 협업에 그룹 멤버십 활용안을 더했다. 현대백화점은 CU에서 흰디와 젤리씨앗단 구매 시 현대백화점그룹 통합멤버십 H포인트로 결제하면 50%를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이달 말까지 진행키로 했다.

현대백화점 캐릭터 '흰디'와 젤리씨앗단 젤리 상품 /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이번 협업을 계기로 캐릭터를 활용한 자체 IP 사업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흰디는 현대백화점이 '순간의 행복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고객들과 나누기 위해 2019년 처음 선보인 자체 캐릭터다. 그간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내에서만 흰디를 활용해왔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젤리 출시로 자체 캐릭터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자체 캐릭터를 직접 개발하고 라이선싱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 개발과 외부 협업이 가능하다"며 "향후에는 흰디 IP 기반의 2차 저작물을 더욱 다채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관련 기관 및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많은 고객들이 흰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백억대 수익 창출

유통업계에서 캐릭터 IP를 통해 브랜드 홍보 효과와 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됐다. 유통업체 중 캐릭터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전개해 효과를 톡톡히 본 곳은 롯데홈쇼핑이다. 롯데홈쇼핑은 2018년 '벨리곰'을 만든 후 유튜브 등으로 인지도를 쌓으며 팬덤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벨리곰의 브랜드 협업, 굿즈 판매 등으로 발생한 누적 매출은 200억원을 넘겼다. 롯데홈쇼핑이 기획한 벨리곰 굿즈는 100여 종에 달한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을 통해 올해 약 200억원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 공기업 및 기관 등과의 콜라보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판로 개척도 추진하고 있다. 방식은 다양하다. 유명 아이돌 협업, 프리허그 등 해외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를 선보였다. 벨리곰이 말을 하지 않는 논버벌(Non-Verbal) 캐릭터라는 점이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는데 제약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벨리곰 공식 유튜브 채널 해외 시청자 비중이 40%에 달한다.

벨리곰 캐릭터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벨리곰 매치랜드' 모바일 게임 / 사진=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최근 벨리곰의 세계관과 캐틱터 디자인을 반영한 게임도 출시했다. 올해 7월 영국에서 1차 게임 출시를 시작으로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잇달아 선보인 이후 9월 국내 시장에 정식 론칭한다. 향후 일본, 유럽, 북미 등으로 론칭 국가를 확대할 예정이다.

물론 벨리곰의 인기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벨리곰은 '새벽 1시 강남역 청소하기', '시민들과 프리허그' 등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콘텐츠가 입소문을 탔다. 특히 '택배기사 역조공하기' 영상은 2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조회수는 300만회를 돌파했다. 꾸준한 활동 덕에 현재는 160만 명 이상 SNS 팬덤을 보유한 인기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처럼 콘텐츠 IP 사업에서 중요한 점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롯데홈쇼핑은 해외 현지에 전시와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해외 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태국 방콕의 유명 쇼핑몰 '시암 디스커버리' 야외광장에 4M 크기의 벨리곰 조형물을 전시하는 식이다. 

태국 ‘시암 디스커버리’에 전시된 벨리곰 / 사진-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핑크색 곰 디자인, 해외 SNS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깜짝카메라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벨리곰의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롯데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타기업, 지자체 등과 연계한 컬래버레이션 행사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코레일유통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국 철도역사 내 공공전시, 벨리곰 굿즈 판매 등에 관한 협업에 합의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부산역, 서울역에서 전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신도림역에 벨리곰 디자인을 활용한 자판기, 로봇카페가 마련된 테마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채널별 캐릭터 구축도

신세계그룹의 경우 계열사별 캐릭터를 구축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캐릭터인 '푸빌라'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프로 야구단 SSG랜더스의 굿즈에 활용됐다. 또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이로(IRO)'와 스키를 주제로 한 가을∙겨울 시즌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같은 해 12월엔 산타 모습을 담아 키엘과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올해엔 이로와 봄·여름 컬렉션을 출시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푸빌라를 활용해 더욱 많은 고객들과 활발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도 또 다른 캐릭터를 구축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닮은 꼴로 화제가 됐던 신세계푸드 '제이릴라'는 '우주에서 온 고릴라'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21년 제이릴라를 활용해 서울 청담동에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라는 베이커리 매장을 마련했다. 지난해 2월엔 제이릴라 골프복을 출시하는가 하면, 제이릴라 NFT(대체불가토큰)를 발행했다. 하지만 NFT 시장의 주목도가 시들해지면서 추가적인 행보는 없는 상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오른쪽)과 신세계푸드 캐릭터 '제이릴라' / 사진=정용진 회장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의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및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제이릴라'의 IP를 활용한 사업 매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제이릴라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굿즈, 디지털 콘텐츠 및 상품을 선보이며 캐릭터에 대한 팬덤 확대를 통해 제이릴라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캐릭터 IP가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게임 등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서사를 쌓아야 한다.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접점을 만들어 팬덤이 형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IP 비즈니스의 핵심은 결국 수익 극대화"라며 "한계비용이 낮은 콘텐츠산업의 특성상 하나의 콘텐츠 IP로 단순히 1차 콘텐츠 소비를 통한 수익뿐 아니라, 관련 상품 구매나 테마파크 체험 등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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