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사기공화국'이라는 오명,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

2024. 6.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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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범죄는 경제적 살인, 경찰 백신으로 변종 사기 바이러스 근절
윤승영 대전경찰청장

흔히들 대한민국을 '사기공화국'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사기범죄 발생 건수는 2019년 30만 건을 넘어선 뒤 작년에는 약 35만 건까지 늘어났고, 올해는 1분기에만 약 10만 건에 이르고 있다. 총 범죄 발생 중 사기범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13.9%에서 2021년 20.6%까지 6.7% 가량 확대됐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범죄 5건 중 1건은 사기범죄이고, 하루에만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는 살인, 강도 등 전통적인 폭력성 범죄와 달리 사기범죄는 오히려 급격히 증가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사기범죄는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차용사기나 투자금을 가로채는 투자사기와 같은 단순한 형태로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금융·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가상자산이나 악성앱 같은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는 등 범죄수법이 지능화·고도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조직성, 온라인·비대면, 초국경의 특성을 보이며 많은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또한 과거의 사기범죄는 피해자가 모아놓은 재산만을 빼앗아 가는 형태였다면, 최근 신종·악성사기는 기존 재산만이 아니라 피해자 또는 가족 명의의 대출 등을 통해 미래까지도 빼앗아 가는 '경제적 살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경찰청에선 지난해 민생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7대 악성사기 근절을 '국민체감약속 1호'로 제시하고 수사력을 집중해 약 6만 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사기범죄 범주 안에서도 이전에 성행하던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자들이 투자리딩방,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 미끼문자를 이용한 스미싱 등 신종사기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기에 올해 신종사기 근절을 '국민체감약속 4호'로 추가했고, '예방 → 수사 → 검거'에 이르기까지 경찰청 모든 기능의 역량을 결집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의 사기범죄 예방·대응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기방지기본법'을 2024년 치안 관련 1호 민생법안으로 지정하고 법안 통과를 위해 관련 기관과 적극 협의에 나서고 있다.

대전경찰에서도 경찰청의 정책기조에 맞춰 '악성사기 근절 TF'를 운영하며 지난 3월 '코스닥 상장이 확정된 비상장주식을 구매하면 30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라고 속여 피해자 1100여 명으로부터 약 116억 원을 빼앗은 총책 등 22명을 검거했다. 피해자들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로 개인당 피해금액은 최소 30만 원부터 4억 5000만 원까지도 있었는데, 피해자별 단 건으로 보면 피해가 크지 않아 대응에 한계가 있는 사건들을 한데 모아 집중 수사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광역화되고 있는 최근의 사기범죄 양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우수사례로 선정돼 담당 수사관이 특별승진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사기범죄의 근원과 범죄조직의 총책까지 발본색원하는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과 자금원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는 데에도 집중해 올 4월까지 범죄수익 11억 6000여만 원을 환수하기도 했다.

이 외에 대전지역은 개별등기를 할 수 없는 다가구 주택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전세사기에 취약하고, 실제로도 최근 대규모 전세사기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대전치안의 책임자로서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더 이상 대전지역에서 전세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경찰청과 6개 경찰서가 혼연일체가 돼 강도 높은 단속을 추진하고 있고, 대전시·검찰청·국토부 등과 긴밀히 협업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피해 회복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큰 아픔을 겪었고, 최근에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변종 사기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찰은 사기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사회적 백신이 돼 사기범죄 척결에 앞장서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사기범죄도 예방이 최선이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의심스러운 문자메시지·전화는 응답하지 않고, 과도한 수익률로 현혹하는 투자정보는 다시 한번 의심하며 전세 계약 시 임대인 신분과 권리관계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등 사기범죄 예방에 동참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윤승영 대전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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