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유명 헬스장 '먹튀'…환불커녕 폐업 직전까지 회원권 팔아
돌연 폐업에 회원들 피해 규모 수천만원
경찰 수사 착수에 고소장 잇따르며 눈덩이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경기 남양주시와 서울 송파구 등에 지점을 둔 유명 체인형 헬스장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회원에게 수천만원 피해를 입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헬스장 대표는 환불을 해주지 않은데다 폐업 직전까지 장기 회원권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는 11일 A 헬스장 공동대표 B(41) 씨와 C(40)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B 씨와 C 씨는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A 헬스장을 폐업하면서 회원권 환불 등을 해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정 씨는 지난달 30일 남양주시에 있는 또 다른 헬스장 지점을 폐업하면서 회원권 환불 등을 해주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경찰과 헬스장 회원 등에 따르면 B 씨와 C 씨는 지난 2019년부터 헬스장을 공동 운영했다. 두 사람은 남양주에 5개 지점, 서울 송파구에 1개 지점 등 총 6개 지점까지 헬스장을 확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4개 지점의 문을 닫고 남양주 2개 지점만 운영했다. 이후 지난 3월 1개 지점을 돌연 폐업하면서 두 사람은 동업계약을 해지했다.
두 사람은 회원들에게 회원권 환불 또는 나머지 1개 지점으로 이전을 약속했으나 두 달이 지나도록 환불해주지 않았다. 결국 회원들은 두 사람을 경찰에 고소했다. 헬스장 회원권뿐만 아니라 락커 이용권, 가족 이용권, 장기 이용권, 필라테스 이용권, PT(개인강습) 이용권, 스쿼시 이용권 등 다양한 선불권을 환불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더욱이 B 씨는 나머지 1개 지점으로 이전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폐업 한 달 전 집중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D(30) 씨는 "특히 폐업 한 달 전 피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며 "B 씨는 '새로운 센터가 오픈하면 가격이 비싸지니 지금 최대한 길게 회원권을 끊고 가족이나 지인 등의 회원권까지 끊는 게 좋다'고 유도했는데, 계획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회원권 모집을 통해 장기 고객 유치에 성공한 B 씨는 지난달 30일 돌연 마지막 남은 1개 지점마저 문을 닫았다. 새로 문을 연다는 지점은 임대계약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D 씨는 "헬스장에 있던 운동기구 역시 이미 매입업자한테 수천만원을 받고 넘긴 상태였다"며 "회원들과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70여명에 이르며 피해액수는 3300만원에 달한다. 1인당 피해액은 최소 6만원부터 최대 195만원까지 다양하다. 헬스장 직원들 임금체불액과 관리비 미납액 등을 합치면 피해규모는 억 단위에 이를 것이란 게 피해자들 설명이다.
경찰에는 총 40여건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다만 하루에도 10여건의 고소가 추가 접수되면서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고 C 씨도 협조적이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며 "B 씨의 소재도 명확히 파악해 놓은 상태로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 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며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 체육시설업 아닌 도·소매업 신고…지자체는 과태료 그쳐
이들이 헬스장을 체육시설업이 아닌 도매 및 소매업으로 신고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 제20조 제1항에 따르면 헬스장은 신고 체육시설업으로 일정 요건을 갖춰 관할 지역에 신고해야 한다. C 씨는 "용도 변경을 해야 하는데 너무 비싸서 하지 못했다"며 "과태료 처분은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의 소홀한 관리 감독이 회원들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주시는 지난 5년간 B 헬스장에 과태료 처분만 했을 뿐 영업 취소나 정지 등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체시법 제32조 제2항에서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체육시설업의 등록이나 신고를 한 경우 지자체가 등록 취소, 영업 폐쇄 명령, 영업 정지 등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성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회장은 "과태료 처분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며 "더 강력한 영업 정지나 폐쇄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지자체가 부담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헬스장은 체육시설업으로 신고해야 하는 업종이 맞는다"면서도 "서류 구비만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공무원의 업무 특성을 악용한 사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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