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본 이화영 '쌍방울 대북송금 유죄' 판단 근거는

유영규 기자 2024. 6. 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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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영 경기도 전 평화부지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그룹과 대북송금을 공모했다고 인정한 1심 법원은 유죄 판단 근거를 판결문에 약 60페이지에 걸쳐 구체적으로 설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제(1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이 전 부지사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등이 이 전 부지사로부터 요청받고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비 300만 달러를 북측에 대납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쌍방울 측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도지사 방북 비용을 지급한 게 아니라면 이미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한 상태에서 또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북한 측에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근거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등의 대납 주장의 신빙성을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이 법정에서 여러 차례 반복된 신문을 받았는데도 대체로 진술이 일관되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상호 부합한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측에서 정치적 목적 대가로 금원을 요구한 사례들이 실제 존재하고, 이 전 부지사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김 전 회장의 도지사 방북비 대납 주장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현대그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4억 5천만 달러를 2006년 6월경 북한에 송금하고 이후 관련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았는데, 이 전 부지사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해당 사건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는 사정도 고려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명단을 발표할 때 이재명 대표가 제외되자 당시 대북 관련 업무를 총괄한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피고인이 정부의 이 같은 발표와 관련 언론 보도로 상당한 부담을 느꼈고, 향후 대북사업과 도지사 방북을 적극 추진하게 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평화부지사 재직 기간 동안 경기도는 경기도지사 내지 경기도 대표단 방북을 지속해 추진했고, 특히 2019년 5월경 이후에는 명목을 바꿔가며 중점적으로 방북을 추진한 정황이 확인된다고도 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경기도는 2019년 5월 23일, 6월 13일, 9월 11일, 11월 27일 북측 조선아태위를 수신자로 해 경기도 대표단 등 방북 초청 요청 공문을 잇달아 보냈습니다.

경기도는 북측에 방북 초청 요청을 하면서 당시 진행 중이던 협력사업 점검, 쌀 10만 톤 규모 협력, 태풍 복구 협력, 민족 협력사업 회의와 우호 증진을 각각 목적으로 내세웠습니다.

김 전 회장의 진술 내용에는 방북비용을 전달하고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전화해서 바꿔줘 통화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 대표가 2019년 9월 6일경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향후 대선에서 피선거권이 위태로운 상황이어서 북측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불법적인 방북을 추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경기도지사에 대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항소심 판결은 무죄가 선고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한 것으로서 상고심에서 유무죄 판단의 변경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항소심 판결만으로는 방북 추진의 현실적 장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이 경기도 공무원이 의례 요청하는 사항에 불과하다는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 "증거에 의하면 2008년 이전 손학규,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방북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후에도 계속해 도지사 방북을 추진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방북 초청 요청 목적, 횟수 등에 비춰 봤을 때 당시 경기도의 경기도지사 방북 초청 요청이 관행적이거나 형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스마트팜 사업비 관련해서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요청으로 쌍방울이 대납한 게 아니라면 쌍방울이 2018년 12월 갑작스럽게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측면을 볼 때 김성태 전 회장이 법정에서 "당시 피고인에게 경기도를 대신해서 스마트팜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냐고 물어봤을 때 피고인이 '당연히 그쪽에 말씀드렸다'는 취지로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반복해 진술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쌍방울 그룹이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하기로 결심한 이후 본격적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추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쌍방울 측이 피고인의 요청으로 북한 조선아태위 측에 50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에 벌금 2억 5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판결이 편파적이고 검찰의 증거를 취사선택한 것이라며 강하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항소심 공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됩니다.

한편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검찰은 판결문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이재명 대표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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