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탕진하고, 대리처방까지 했는데" 연인에서 신고자로…오재원 '마약 투약' 어떻게 알려졌나
[서초=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나를 속였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는 11일 오재원과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오재원과 연인 관계였다. 오재원 부모님에게도 인사하며 '사귀는 사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함께 필로폰 등 약물을 투여했고, 이 사실을 자수 및 신고한 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오재원의 A씨에 대한 보복 협박 혐의 관련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A씨는 오재원과의 관계에 대해 "2018년부터 만났고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1년 동안 만나지 않았다가 오재원이 2022년 10월 은퇴를 하고 연락이 와서 다시 만났다"고 밝혔다. A씨는 오재원이 2018년에도 졸피뎀 계열의 수면제인 스틸녹스를 다량 섭취했다는 사실을 증언할 정도로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졌다.
▲ "(돈을) 엄청 탕진했는데…"
A씨는 지난 3월9일. 오재원이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 '볼야드'를 찾았다. 둘은 이틀 전 헤어졌던 상태.
검사는 A씨에게 아카데미 방문 이유를 물었다. A씨는 "(오재원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 짐과 가방이 있었다. 내 차에도 오재원의 짐이 있었다"라며 "그날(3월9일)이 시간이 맞아 가져다 줘야겠다 싶었다. 집 앞이고 아카데미 수업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차를 타고 갔다"고 말했다.
지하에 있는 아카데미로 내려가 문을 열자 오재원 외에도 한 명의 여성이 더 있었다. A씨는 "문을 열었을 때 다른 여성분이 계셨다. 예전에 나와 교제 당시에도 나를 속이고 다른 여성을 만난 적이 있었다. 헤어진 지 이틀 밖에 안 된만큼, 내 생각에는 '나를 속였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A씨는 "사귈 때에도 (오재원 때문에 돈을) 엄청 탕진했다. 대리 처방을 해달라고 엄청 괴롭히듯 요구를 했고, 그 때문에 가족들과 지인에게도 부탁해서 피해를 끼쳤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또 여성과 있는 모습을 보니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수를 해서라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후 오재원 측 변호인의 "헤어진 지 이틀 밖에 안됐고, 그동안 금전적이 피해를 보고 곤란한 상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와 같이 있으니 오재원에게 실망해서 신고한 게 맞나"라는 질문에 "결심을 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오재원 측은 "이날 아카데미에 있던 여성 B씨 진술에 의하면 A씨가 1층에서 소리를 지르며 오재원을 불렀고, A씨와 오재원이 싸우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 A씨가 오재원에게 욕을 심하게 했고, 오재원은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가 매우 흥분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맞나"고 질문했다.
A씨는 이에 "차 안에서 이야기를 했다. 언성을 높이기는 했지만, 흥분 상태는 아니었다"고 했다.
오재원 측은 또한 A씨의 간이 소변검사에 벤조디아제펜 양성 반응이 나온 걸 근거를 들며 "부작용이 공격성, 폭력, 과다 흥분, 자살 경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재차 물었지만, A씨는 "흥분 상태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 "자수하겠다"는 말에…
B씨는 자리를 떴고, A씨와 오재원은 다시 지하에 있는 아카데미로 내려갔다. A씨는 오재원에게 "자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오재원은 망치를 들었다. A씨는 "내 머리를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다음에 휴대폰을 부수었다"고 말했다. 책상에 올려져 있는 휴대폰을 망치로 한 차례 내려치고 앞 뒤로 두 차례씩 총 5차례 때렸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오재원 측은 "증인(A씨)이 피고인(오재원)을 향해 '인생 X되게 하겠다', '언론에 제보해서 인생 망치게 하겠다'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이인데 말을 심하게 한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 옆에 있는 망치를 들고 테이블에 놓인 휴대폰을 내리쳤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오재원이 망치를 들자 A씨는 돌아가려고 했다. A씨는 "핸드폰이 부서진 다음 다시 주웠다. 한숨을 내쉬었고, (오재원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계단으로 올라갔다. 반쯤 올라갔는데 오재원이 붙잡았다"고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멱살을 잡혔고, 끌려 내려갔다고 밝혔다.
A씨는 "내려와서 힘이 빠져서 앉아 있다가 한 칸 올라갔다. (아카데미에) 빨간 매트리스가 큰 게 있고, 야구 방망이 하나가 세워져 있다. 방망이로 땅을 툭툭 치며 한 발자국만 더 올라가면 죽인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이야기했다.
A씨에게는 복사뼈 찰과상이 있었다. 오재원 측은 "계단 경사가 급하다. 멱살을 잡혀 끌려 내려온다면 복사뼈가 아니라 가슴이나 다리 부위에도 더 많은 상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재원은 (복사뼈 찰과상에 대해) 계단을 올라가다가 삐끗했다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삐끗해서 다쳤다'는 이야기를 전면으로 반박했다.
▲ 귀가. 억지로? 배려?
집에 가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A씨는 "집에 있는 아이 핑계를 댔다. 여기 있으면 죽겠다 싶었다. 휴대폰도 없으니 연락이 안 되는데 아이한테 가겠다고 하소연했다"라며 "그리고 나서 차로 올라갔는데 오재원이 따라와서 운전석에 앉더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오재원은 "집에 가라고 권유했고, A씨가 집에 간다고 하면서 운전을 하려고 했다. 당시 A씨가 술을 마시거나 약에 취한 것처럼 눈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사고가 날 거 같아 집 주변까지 대신 운전해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오재원과 A씨는 결국 같이 현관문 앞까지 올라왔다. A씨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신고를 했다. 오재원 측은 "오재원은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편의점에서 캔맥주 한 캔을 마시고 볼야드에 도착할 무렵 경찰에 확인이 됐다. 증인이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바로 나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A씨에게 위협을 가할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 "처벌 원한다"
A씨는 여전히 오재원을 향해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필로폰 등 마약 투여 사실을 모두 인정한 A씨는 이날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 받았다.
A씨 측 변호사는 "초범이고 피해자적 지위에서 수동적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점을 깊이 헤아려달라. 무엇보다 본인 인생과 가족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실을 깊이 느끼고 있다. 앞으로 재범의 위험성은 거의 없다"라며 "피고인이 자수를 하면서 다른 마약 사범이 체포되는 등 검거에도 기여했다"고 이야기했다. A씨 역시 "너무 죄송하다. 가족에게 죄송하다.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오재원의 세 번째 공판은 내달 19일에 열린다.
서초=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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