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월마트 AI 혁신 이끈 나이트 前 본부장… “주먹구구 투자 대신 결과 정량화 필수”

유진우 기자 2024. 6.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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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목적지가 아니라 촉진제”
“AI 기술 확보 경쟁에 휩쓸리지 말라”
수재인 나이트 전 월마트 캐나다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 부사장이 지난달 3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4 유통산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전 세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프로젝트 가운데
85%가 실패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가트너, 2021년

글로벌 컨설팅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1년 집행한 AI 관련 투자 가운데 열에 아홉 이상은 실체 없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살아남은 프로젝트 15% 가운데 실제 서비스에 적용한 경우는 이 중 절반 정도인 53%에 그쳤다.

그래도 AI 관련 투자가 둔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기업이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스태티스타는 세계 AI 시장 규모가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급격히 성장해 지난해 2079억달러(약 286조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투자 금액은 매년 약 36.6% 늘어 2030년 1조8475억달러(약 254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AI 기술 구현을
서두르지 마십시오.

경영 목표와 맞물리는 적절한 계획
혹은 철학적 연계가 없다면
혼란만 가중됩니다.”

수재인 나이트 전(前) 월마트 캐나다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 부사장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수재인 나이트 전(前) 월마트 캐나다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 부사장은 AI 관련 기술에 맹목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현 상황을 비판하며 “기술은 목적지가 아니라 촉진제”라며 “AI 기술 확보 경쟁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나이트 전 부사장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월마트 캐나다에서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총괄했다. 현재는 엠볼든이라는 인적 자원 컨설팅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그가 맡았던 월마트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 부문은 유통업계에서도 AI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성형 AI 도구를 도입해 업무처리 방식을 빠르게 바꾸는가 하면, 재고 수량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장치를 도입해 효율을 높였다.

나이트 전 부사장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이 성공하려면 무분별하게 기술을 확보해 조직에 무리하게 접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즈니스 목표와 적절한 계획 혹은 연계 없이 새로운 AI 기술을 구현하려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며 “장기적인 전략 목표와 밀접하게 이어지고, 투자 수익이 가장 큰 AI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트 전 부사장은 AI 기술을 적절하게 도입한 좋은 사례로 미국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은 구글 클라우드와 제휴를 맺고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어시스턴트(도우미)를 출시했다. 이 대화형 어시스턴트는 개인 취향에 맞춰 쇼핑 품목을 추천해 준다. 구글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을 사용해 소비자가 이전에 샀던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제안한다.

나이트 전 부사장은 “이 정도 기술을 유별나게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빅토리아 시크릿보다 먼저 이 기술을 적용한 기업도 있다”라며 “그렇지만 이 기술은 분명히 쇼핑을 빠르고 쉽게 만든다. 소비자 감성을 더 잘 이해하고, 공급망 예측을 개선하면서 알맞은 때와 장소에 적절한 제품을 권유한다. 불투명한 성과 대신 쉽게 얻을 수 있는 작은 승리인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작은 승리가 모여야 기존 프로세스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마트 역시 AI 기술을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하진 않았다고 나이트 전 부사장은 전했다.

그는 “초기에는 플로리다 매장에서 선크림 재고가 부족한 상황을 AI가 포착해서 시스템이 자동으로 선크림을 플로리다 지역으로 더 많이 보내도록 조정하는 수준으로 AI 기술을 사용했다”며 “상품 가용성을 높이고 매출을 소폭 증대하는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월마트가 이 과정에서 AI 기술이 온라인에 밀려 힘을 잃어가는 오프라인 유통업에 다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월마트는 적응형 리테일(Adaptive Retail)을 표방한다. 제품을 발견하고(discovery), 구매하고(purchase), 수령하는(receive) 전체 쇼핑 여정에서 소비자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적응형 리테일이란 소비자가 처할 수 있는 모든 쇼핑 환경과 상황에 맞춰 매번 최고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월마트는 온라인 쇼핑몰의 장점에 해당하는 간단하고 빠른 상품 검색, 개인별 맞춤 추천, 줄 설 필요 없는 계산을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하기 위해 AI 기술을 사용했다.

나이트 전 부사장은 “월마트 자료를 보면 매주 2억5500만 명이 월마트를 찾고, 이 소비자를 210만 명 직원이 담당한다”며 “이 가운데 20만 명 정도가 기술 그룹에서 일하고, 이보다 많은 25만여 명이 매장에서 물건을 소비자에 직접 배달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 회계연도 말까지 전체 월마트 매장 가운데 약 65%가 AI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물류센터 물동량 가운데 약 55%는 자동화 시설로 처리할 계획”이라며 “연간 1000억 개 이상 개별 품목을 관리하는 지능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현재보다 제품 취급 비용을 약 20% 정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이트 전 부사장은 현재 월마트가 AI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도입 이후 월마트 조직은 AI 기술에 맞춰 완전히 달라졌다. 이 달라진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구성원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변화관리 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는지 여부가 AI 기술을 성공적으로 접목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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