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밀집수비 뚫고 골 합작… 형제는 아름다웠다
중국에 1-0… 홈팬에 승리 선물해
손흥민, 페널티 박스 안까지 쇄도
후반 16분 이강인이 골로 연결
최종 예선에서 이란·일본 피해
김도훈 2승… ‘소방수’ 역할 톡톡
축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상대 진영을 균열 낼 만한 번뜩이는 재능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축구는 ‘캡틴’ 손흥민(31·토트넘)과 ‘슛돌이’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라는 두 명의 축구 천재를 보유하고 있어 든든하다. 유럽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두 선수는 축구대표팀의 공격을 도맡으며 많은 득점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6일 원정길을 떠나 치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싱가포르와의 5차전도 손흥민과 이강인은 나란히 멀티골을 퍼부어 승리를 가져왔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유리한 조 편성을 위해 1포트를 선점해야 했다.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일본(18위), 이란(20위)에 이어 아시아 3위. 아시아 지역 톱시드 3장 중 2장은 각각 B조와 E조 1위에 오른 일본과 이란이 차지했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한국과 호주가 경쟁하고 있는데, 호주(24위)가 바짝 쫓고 있었다. 6차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날 승리로 한국은 톱시드를 사수하게 될 전망이다.
이날 김 감독은 4-3-3 포메이션에서 ‘황톱(황희찬 톱)’을 꺼내 들었다. 지난 싱가포르전 데뷔골을 신고한 주민규(울산) 대신 황희찬을 스트라이커로 내세웠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측면 공격을 맡았다. 통산 127번째 A매치에 나선 손흥민은 ‘레전드’ 이영표와 함께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공동 4위에 이름을 남겼다.
전반 한국은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중국은 예상한 대로 수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다득점 패배’를 경계한 중국은 공격수까지 포함해 10명이 수비에 나섰다.
김도훈호는 전반 초반까지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중국 골문을 위협하지 못했다. 첫 유효 슛은 전반 19분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이 중국 수비수 3명을 제친 뒤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중국이 선전하자 3000명의 원정 팬들의 도발 수위도 높아졌다. 전반 42분 손흥민이 코너킥 라인에서 미끄러지자, 중국 서포터들은 환호하며 자극했다. 캡틴 손흥민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손으로 ‘3-0’을 표시하며 갚았다. 지난해 11월 중국과 경기에서 3-0으로 대승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후반 절치부심한 이강인과 손흥민이 기어코 0의 균형을 깼다. 후반 16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수비수를 제친 뒤 페널티박스 안까지 파고들었고, 컷백을 내줬다. 교체로 들어온 주민규가 문전 경합을 하며 흘러나온 공을 이강인이 그대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중국 골망을 갈랐다. 간절한 결승골이 터지자 6만4935명의 관중도 환호성을 내질렀고, 중국 원정팬들은 침묵했다. 이강인은 골을 합작한 손흥민에게 달려가 와락 안기며 기뻐했다.
득점을 터뜨린 이강인은 후반 22분 홍현석(헨트)과 교체되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추가골 사냥에 실패한 한국은 골문도 지켜 1-0 승리를 완성했다. 손흥민은 경기 내내 왼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드리블로 위협적인 모습을 연출했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 전력질주하며 공을 지켰다. 결승골을 기록한 이강인은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됐다.
지난 3월 황선홍 전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소방수로 투입된 김 감독은 2전 전승으로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새 얼굴을 7명이나 뽑는 파격 선발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쏜 김 감독은 결과와 내용을 모두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최종 예선전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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