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씨와 채 상병[편집실에서]
2018년 12월 10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졌습니다. 김씨의 시신은 사망한 뒤 몇 시간이 지나고서야 발견됐습니다. 2인 1조로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과 달리 회사 인력 수급 문제로 홀로 근무하다 벌어진 참사였습니다. 일터 곳곳에 위험 요소가 널려 있었지만 ‘효율’을 이유로 이를 무시했고, 노동자는 사지로 내몰렸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일터의 안전’ 문제가 다시 한국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김씨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중대재해의 근본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고, 원청에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7월 19일 폭우로 피해를 본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소속 채모 상병(사망 당시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군은 이날 수색에 나선 병사들에게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았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에 나섰고, ‘수색이 어렵다’는 현장 지휘관들의 경고에도 ‘위’에서는 이를 강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김용균씨와 채 상병 모두 ‘일터’에서 죽었습니다. 그런데 김용균씨의 죽음은 일터의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계기가 됐지만 채 상병의 죽음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정치권과 언론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에 집중하고 있고, 사망 원인과 관련해서도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 성립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 표지 이야기는 채 상병 사건을 ‘일터의 안전’ 측면에서 세세하게 들여다봅니다. 물론 김씨와 채 상병의 죽음이 완전히 똑같은 사례는 아닙니다.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데 병역 의무 이행을 하는 현역병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총기류 등을 다루는 군대의 특수성도 고려해야만 하겠습니다.
그러나 ‘안전’에 초점을 맞춰 보면 그리 다른 문제 같지도 않습니다. 만약 채 상병이 일반적인 노동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면 정치권과 언론 모두 지휘 권한보다는 안전체계 구축 여부, 그에 따른 책임 소재에 더 많은 관심을 둘 것입니다. 아무리 군대가 특수한 조직이라 하더라도 안전 문제까지 달리 볼 필요가 있을까요.
채 상병이 소속돼 있던 해병대 포병대대 대대장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경북경찰청에서 진술한 내용을 기록한 131쪽 분량 피의자신문조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 사단장이 언론사에 보낸 318쪽 분량 입장문을 토대로 채 상병이 사망하기까지의 과정을 안전의 관점에서 재구성해봤습니다. 또 현역병 사망 사고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평등권 침해라며 군 복무 중 헌법소원을 제기한 김다민씨를 인터뷰했습니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것만큼 군의 안전체계를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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