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2번 달걀의 배신?…산란계 개방형 케이지 사육 논란

한송아 기자 2024. 6.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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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다' vs '단계적 복지 개선' 동물단체 의견 분분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동물복지 인증 2번 달걀로 표시되는 평사 사육 농장의 개방형 케이지(에이비어리)가 동물복지 농장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평생 좁은 케이지에 갇혀 알만 낳고 사는 닭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에이비어리 시설에서 생산되는 달걀도 동물복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사육돼 달걀을 낳는지는 겉 껍데기인 난각에 표시된 마지막 숫자를 통해 알 수 있다. 1번은 자유 방사, 2번은 평사 사육, 3번은 개선 케이지, 4번은 배터리케이지를 뜻한다.

2번 달걀로 표시되는 에이비어리 시스템은 개방된 여러 층을 쌓아 닭을 사육하는 다단구조의 시설을 말한다. 수직으로 올린 판 면적까지 사육 면적으로 포함돼 일반적인 평사 사육 농장보다 사육 마릿수를 늘릴 수 있다. 2012년 배터리케이지 사육방식을 금지한 유럽에서 닭의 복지와 경제성 모두를 고려한 이 사육 방식을 도입했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지난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에이비어리 시스템의 국내 도입에 따른 농장의 대형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지난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산란계 개방형 케이지 국내 도입에 따른 농장의 대형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카라 제공) ⓒ 뉴스1

유지우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뉴스1에 "아무리 좋은 시설의 농장이라도 총사육 마릿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개방형 케이지 방식을 채택하는 대규모 농장이 늘어나면 동물복지 인증 농장이 지향하는 가치를 저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먼저 농장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진 해외는 어떨까.

동물복지 인증제를 최초 도입한 영국 RSPCA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인증기준에서도 다단식 사육을 허용하고 있다. '닭의 습성을 고려해 잘 설계되고 관리되는 다단식 사육은 산란계 복지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까지 명시했다. 달걀에도 평사 사육(for barn)으로 표시된다.

단, 무리(flock)당 최대 3만 2000마리로 사육마릿수에 제한을 둔다. 국내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서는 전체 사육두수에 제한이 없다.

유지우 활동가는 "농장의 총 사육마릿수 제한을 두고 일반 평사 사육 농장과 개방형 케이지 농장에서 생산되는 달걀이 같은 2번이 아닌 서로 구분될 수 있도록 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반면 개방형 케이지에서 생산되는 2번 달걀 역시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개방형 케이지도 닭의 복지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길이란 취지의 입장을 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11일 동물자유연대는 '케이지 문을 여는 일, 정말 무의미할까?'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개방형 케이지도 닭의 복지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길이란 취지의 입장을 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국내에서 달걀 생산만을 위해 살아가는 산란계는 7600만 마리가 넘는다. 그중 93%에 달하는 7071만 마리가 평생 비좁은 케이지에 갇혀 산다. 좁은 곳에 갇힌 스트레스로 서로를 쪼지 못하도록 부리도 잘린다.

국내에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은 7%에 불과하다. 개방형 케이지 농장에서도 다른 동물복지 농장과 마찬가지로 마리당 사육 면적 0.11m²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닭들이 횃대에 오르거나 산란장소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부리다듬기도 원칙적으로 금지다.

즉 개방형 케이지도 단순히 케이지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닭의 자연스러운 습성을 허용함으로써 고통을 경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지금의 공장식 축산업은 그야말로 지옥 같고 그 안에서 착취당하는 동물의 고통은 극심하다"며 "그들의 고통을 차츰 줄여나가는 변화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이 동물복지 인증제의 지향점이다"라고 전했다.

산란계 개방형 케이지 논란에 누리꾼들은 "일부러 동물복지 라벨 붙은 달걀만 구입하고 있는데 많은 관심이 더 필요하겠다" "지나친 소비를 줄이는 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번호를 잘 확인할 수 있게 표시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해피펫]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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