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엔 7-0, 중국엔 1-0 이었던 근본적 이유

이재호 기자 2024. 6.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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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싱가포르가 피파랭킹 155위. 중국이 88위로 객관적 전력차도 있겠지만 싱가포르 원정에서 7-0 대승을 거뒀던 대표팀이 5일만에 중국과의 홈경기에서 고작 1-0 승리밖에 거두지 못했다.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연합뉴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6차전 중국과의 홈경기에서 이강인의 결승골로 1-0 신승을 했다.

중국의 밀집 수비에 고전하던 한국은 후반 16분 이강인의 대각선 패스가 박스 안 왼쪽에 있던 손흥민에게 갔고 손흥민은 곧바로 문전 중앙으로 낮은 패스를 했다. 처음에는 주민규와 황인범의 발에 맞지 못했지만 문전 쇄도한 이강인의 왼발 슈팅에 걸리며 1-0 승리를 가져갔다.

지난 6일 열린 싱가포르 원정에서 7-0 대승을 거둔걸 생각하면 중국을 상대로 고작 1-0으로 밖에 이기지 못했다는건 아쉽다. 멤버도 큰 변동없이 해외파들이 대거 출전했고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도 같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5일만에 대승에서 신승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싱가포르와 중국의 객관적 전력차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싱가포르는 피파랭킹 155위, 중국은 88위로 분명 전력차가 있다. 실제로 중국은 싱가포르를 홈에서 4-1로 눌렀고 원정에서는 2-2로 비기며 맞대결에서는 차이가 있음을 보였다.

단순히 '중국이 더 잘해서'로 설명할 수 없다. 싱가포르 경기는 원정이었고 중국전은 홈이었다. 익숙치 않은 동남아 원정과 6만여 홈팬들 앞에서 하는 중국전은 분명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인데도 스코어는 7-0과 1-0으로 차이가 있었다.

근본적 이유는 두 팀이 경기를 대하는 자세의 차이였다고 보는게 옳다. 싱가포르는 이미 3차예선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현실적으로 C조 4위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기존에 수비적인 전술로 인해 경질된 니시가야 다카유키 감독 이후 이번 대결에서는 신임 오구라 쓰토무 감독이 부임했다.

새로 부임한 감독은 기존 감독과는 다르다는걸 보여줘야한다. 그리고 수비적으로 하다 짤린 감독이 있다보니 자신은 더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하는 감독이라는걸 보여줘야한다. 마침 순위에 부담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싱가포르는 한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하며 대등하게 맞서려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고마운 자세였다. 어차피 개인기량이나 모든 면에서 한국이 앞서는데 똑같이 경기를 하려고 한다면 한국이 이길 수밖에. 실제로 한국의 득점 장면을 보면 수비 뒷공간을 노려 손흥민, 이강인 등이 호쾌한 득점을 해냈다. 그만큼 싱가포르 수비와 라인이 많이 올라와서 경기를 했기에 수비 뒷공간이 나고 역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게 많이 주어졌다. 어느정도 실점을 하면 수비를 단단히 하기 마련인데 싱가포르의 오구라 감독은 전혀 그러지 않고 경기 종료까지 계속 전진했다. 그러다보니 무려 7-0의 스코어까지 가능햇던 한국이다.

중국이 경기내내 보인 두줄 수비. ⓒTV조선

반면 중국의 상황은 달랐다. 중국은 이날 경기전 승점 1점만 따면 자력으로 조 2위 확정이고, 지더라도 적은 실점을 해서 져야만 태국-싱가포르전 결과에 따라 조 2위도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 실점하지 않는게 최대 목표일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수비적으로, 그리고 시간을 끄는 경기를 했다.

경기 내내 확인할 수 있었듯 중국 수비진은 두줄 수비를 섰다. 후방에는 무려 6명의 선수가 배치되고 2선에는 3명, 공격에 귀화 선수 한명이었다. 5백을 넘어 사실상 6백을 구사할 정도로 어떻게든 수비하고 버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아무리 한국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좋아도 내려앉아 수비하는 팀을 상대로 골을 넣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많은 선수들이 '내려 앉는 팀을 상대로 골을 넣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가 중국전에 전형적으로 드러난 셈. 물론 한국의 디테일한 공격 전술이 부재하고 주민규와 같은 포스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도 없어 공격이 답답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의 잘못이지만 세상 어느 팀도 대놓고 수비하는 팀에 대량득점하긴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결국 싱가포르와 중국이 처한 상황과 이를 통한 경기를 임하는 자세의 차이는 자연스레 적극적이니 수비적이냐로 이어졌고 똑같은 한국 대표팀은 7-0과 1-0이라는 극명한 스코어 차이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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