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영구제명 린도어는 오클랜드로? ML 강타한 해킹범의 ‘가짜뉴스’[슬로우볼]

안형준 2024. 6.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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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메이저리그를 '가짜뉴스'가 강타한 하루였다.

6월 11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는 '가짜 뉴스'가 쏟아졌다. 가짜뉴스의 진원지는 바로 ESPN의 저명 칼럼니스트 버스터 올니. 정확히는 올니의 'X(트위터)' 계정이었다.

올니의 X 계정에는 이날 엄청난 '특종'들이 쏟아졌다. 올스타급 선수들의 이적 소식은 물론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릴 수 있는 '영구 제명' 소식에 메이저리그 시즌 진행에 대한 긴급한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다 '가짜뉴스'였다. 올니의 X 계정이 해킹을 당했고 해킹범이 수많은 가짜뉴스를 퍼뜨린 것. 이날 올니의 X 계정을 해킹한 인물이 올린 트윗은 무려 9만개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뉴스는 원래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법. 그리고 '유명인사'들이 그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인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LAD)도 가짜뉴스의 소재가 됐다.

올니의 X 계정에는 이날 "오타니 쇼헤이(LAD)가 결국 도박 혐의로 구속될 것이며 영구제명은 물론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물론 믿는 사람은 없었다. 오타니는 이미 전 통역사인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도박과 무관한 것으로 수사기관에서 결론이 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오타니에 대한 조사를 종결한 상황이다. 최근 투쿠피타 마르카노, 마이클 켈리, 앤드류 살프랭크, 제이 그룸, 호세 로드리게스 등 현역 선수들이 도박으로 징계를 받았고 그 중 마르카노가 영구제명되기는 했지만 이들과 오타니는 전혀 무관했다.

트레이드 소식도 충격적이었다. 뉴욕 메츠가 프란시스코 린도어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트레이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역시 믿는 이는 없었다. 메이저리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지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메츠가 성적 부진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고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린도어는 2022시즌에 앞서 맺은 10년 3억4,10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이 2031년까지 이어지는 선수다. 비록 올시즌 다소 부진하다 해도 지난 2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제는 팀을 대표하는 스타인 린도어를 메츠가 트레이드 할 가능성은 낮다.

더 큰 문제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몰마켓' 구단인 오클랜드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계약을 떠안을 가능성은 사실상 0이라는 것. 오클랜드는 역대 최대 규모의 FA 계약이 3년 3,000만 달러(2015년 빌리 버틀러), 역대 최대 규모 연장계약이 6년 6,600만 달러(2004년 에릭 차베즈)인 팀이다. 두 부문 모두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저액 기록. 여전히 2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남아있는 린도어를 영입할리가 만무하다.

또 다른 트레이드 소식은 이보다는 현실적이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를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한다는 것. 물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0이라고는 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1997년생 로버트는 화이트삭스가 2020년 그의 데뷔 시즌에 앞서 6년 5,000만 달러 파격적인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 당시 화이트삭스는 최고 유망주인 로버트의 성장을 확신하며 FA 자격을 얻을때까지 연봉협상 없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6년 계약을 맺었다. 로버트는 올시즌 부상으로 장기결장했지만 데뷔 5시즌 동안 380경기 .276/.324/.501 79홈런 218타점 47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전히 2할 승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화이트삭스는 올시즌 전체 최하위를 탈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여름 이적 시장에서 판매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로버트는 화이트삭스가 보유한 가장 가치있는 '매물' 중 하나고 필라델피아는 강력한 야수진과 최고의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 하나, 중견수가 고민이다. 로버트를 영입한다면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성사된다면 시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최고의 '빅 딜'이 될 수도 있다.

아쉽게도 가짜뉴스였지만 여름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 필라델피아를 이끄는 데이브 돔브로스키 사장은 우승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 인물. '윈나우' 전략에 누구보다 어울리는 인물이다. 화이트삭스가 로버트를 트레이드 할 결심만 한다면 필라델피아는 지갑을 열 준비가 돼있다. 'TOP 100' 유망주를 5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필라델피아는 화이트삭스에 제시할 카드도 충분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기고 오클랜드는 그대로 오클랜드에 남는다는 글도 있었다. '해킹범'이 오클랜드와 볼티모어가 연고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두 팀 모두 연고지 문제는 결론이 났다. 오클랜드는 올시즌을 끝으로 오클랜드를 떠나 새크라멘토에 잠시 머문 뒤 라스베이거스로 향할 계획이고 볼티모어는 지난 겨울 현재 사용하는 캠든 야즈를 30년 더 임대하기로 볼티모어 시와 이미 계약을 마쳤다. 이슈는 알고 있었지만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정성은 부족했다.

'해킹범'은 "메이저리그 올시즌이 코로나19로 취소됐다"는 글도 게시했다. 아쉽게도 코로나19는 이미 팬데믹이 종료되며 현실과 멀어진 소재. 팬들을 현혹시키기에는 '참신함'이 부족했다.

'해킹범'은 수만개의 글을 썼지만 모든 글을 '가짜뉴스'로 채우기에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정성도 부족했던 듯하다. 오타니와 린도어, 로버트라는 스타플레이어들을 활용해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어냈지만 나머지 글들은 의미없는 잡담이나 욕설 등이었다.

올니는 X 계정을 되찾았고 '해킹범'이 작성한 글들은 모두 삭제됐다. 저명 칼럼니스트로 무려 1,0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올니지만 가짜뉴스들의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 탓에 큰 혼선은 없었다. 해킹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지만 해킹범의 가짜뉴스는 팬들에게는 시즌이 깊어가는 시점에서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해프닝'이 됐다.(사진=위부터 오타니 쇼헤이, 프란시스코 린도어, X 캡쳐)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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