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슬라이더' 투피치로도 충분, '외인 교체' 한화가 옳았다... '감독 900승'만큼 반가운 바리아 가능성 발견

잠실=안호근 기자 2024. 6. 1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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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하이메 바리아가 11일 두산 베어스전 승리 투수가 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직구, 그리고 슬라이더. 단순한 두 가지 구종. 그러나 결과는 6이닝 79구 1실점 KBO 데뷔 첫 승리였다.

한화 이글스 하이메 바리아(28)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고 2경기 만에 KBO 첫 승을 차지했다.

지난 5일 KT 위즈전에서 첫 경기를 치른 바리아는 4이닝 동안 64구를 던졌다. 이날은 이닝당 투구수를 더 줄였다. 탈삼진은 2개에 불과했지만 지난 10일 연장 12회 승부를 벌이며 불펜 소모가 심했던 마운드에 숨통을 틀 수 있게 해줬다.

6이닝 동안 4차례가 삼자범퇴였고 실점한 이닝에서도 내야 안타로 불운하게 시작해 아쉽게 병살을 놓치며 실점한 게 전부였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투구였다.

많은 기대 속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을 앞둔 한화가 1순위 영입 후보로 눈독을 들였던 선수다. 관심은 지난해 후반부터 이어졌다. 메이저리그(MLB)에서 22승을 거뒀다는 이력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바리아가 빅리그 도전을 원했다는 것이었다. 한화의 끈질긴 제안에도 시즌을 앞둔 바리아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부터 어느 정도 출전 기회에 대한 보장을 받은 상황이었기에 정중히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리아가 11일 두산전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럼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꾸준히 체크를 하던 한화는 탄탄한 불펜진 상황으로 인해 콜업 기회를 받지 못하는 바리아에게 다시 노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마음을 놔버렸는데 바리아 측에서 먼저 연락이 됐다. 마침 펠릭스 페냐가 부진을 겪고 부상까지 겹치자 한화는 정든 외국인 투수와 작별을 결심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무조건 다른 팀에서 그를 데려갈 것이고 부메랑 효과로 뼈아픈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바리아를 영입한 한화는 "작년 후반부터 계속 눈여겨 봤다"며 "직구도 좋고 슬라이드도 우수하다. 체인지업까지 던지고 메이저리그 10승 등 다양한 경력도 굉장히 높게 봤다. 나이도 어린 편"이라고 바리아의 경쟁력을 높게 샀다고 평가했다. 손혁 단장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작년부터 스카우트팀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선수였다"며 "구속도 괜찮고 체격 조건도 훌륭해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바리아의 호투 속에 감독 통산 900번째 승리를 챙긴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바리아의 호투가) 승리의 발판이 됐다. 선발이 상대한테 처음 던지면서 6회까지 던져주니까 우리는 너무 고마울 뿐"이라며 "본인이 6회까지만 던진다는 걸 결정하고 경기를 마쳤다. 굉장히 고맙다. (시리즈) 첫 경기부터 밀리면 상대가 타격이 좋아서 불안한데 이렇게 이길 수 있어 마음이 좀 홀가분하다"고 흡족해했다.

이날 승리를 챙긴 바리아는 "기분이 매우 좋다. 목표는 매 경기 나설 때마다 승리를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감독님의 900승이라는 역사에 기여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경기보다도 더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저번 경기에는 사실 첫 경기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압박감은 가지고 있었다"고 밝힌 바리아는 "오늘은 즐기면서 던졌다. 팬분들과 우리 팀에도 하이메 바리아가 누군지 인식을 심어주려고 했고 그렇게 하게 돼 기쁘다.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면서 항상 100% 최선을 다해서 공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닝을 실점없이 막아낸 뒤 포효하는 바리아.
내용과 결과 모두 좋았지만 자체 평가와 달리 체인지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커브와 하나씩만을 던졌고 사실상 투피치였다. 바리아가 던진 79구는 최고 시속 153㎞, 평균 149㎞의 직구(37구)와 평균 시속 135㎞의 슬라이더(40구)로 양분됐다.

그러나 바리아의 설명은 달랐다. 엄밀히 3가지 구종이었다. 그는 "직구는 최고 97마일(156.1㎞)짜리 내 생각엔 굉장히 좋은 공이라고 생각하고 슬라이더는 두 가지를 던지고 있다"며 "하나는 각이 큰 슬라이더이고 다른 하나는 각이 더 작은 슬라이더를 던진다. 타자와 카운트 등에 따라 다르게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선발 출전한 최재훈의 부상으로 경기 도중 투입된 포수 이재원도 경기 후 "같은 구종을 다르게 던진다. 들어오는 궤적이 다르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슬라이더의 최저와 최고 시속(129㎞~141㎞)은 12㎞ 차이가 났다. 상황에 맞춰 적재적소에 던지는 공에 두산 타자들은 공략에 애를 먹었다.

단 2경기지만 느끼는 게 분명했다. "한국 타자들을 상대했을 때 느꼈던 점은 컨택트가 굉장히 능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삼진을 많이 못 잡았는데 컨택트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경기에는 삼진을 더 잡을 수 있도록 계속 불펜 피칭을 하면서 연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빠른 커브를 연습 중이기도 하고 체인지업도 섞을 줄 아는 능력을 갖췄다. 삼진 능력까지 입증한다면 더욱 가치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고 시속도 3㎞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기대치는 더 높아진다.

바리아는 "굉장히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0-2로 유리한 상황이 많았다는 것"이라며 "좋은 경기력을 계속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등판은 오는 16일 SSG 랜더스와 홈경기다. 일주일 두 차례 등판해야 하는 순번이라는 점도 이날 투구수를 조절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다. 준비는 이미 다 돼 있다. "투구수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는 바리아는 "10개를 더 늘려서 85구에서 최대 90구까지는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4일 동안 휴식을 하면서 얼마나 몸을 잘 회복시키느냐에 따라 달려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바리아(왼쪽)가 6회말을 마치고 김태연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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