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늘부터 대중 만나는 푸바오… 연못 있는 새집 얻었다
90평짜리 방사장서 자유롭게 생활
전망 좋지만 안전·스트레스 취약
학대 논란 반박… “탈모 자연 현상”
남편감은 “외모 아닌 다양성 기준”
중국 남서부 쓰촨성 청두시 도심에서 2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중국 자이언트판다 보호연구센터 워룽 선수핑기지. 이곳 안에 있는 판다유치원 2호관 뒤로 돌아가자 300㎡(약 91평) 규모의 아담한 정원이 나타났다. 십여그루의 나무 사이사이에 물이 졸졸 흘러나오는 작은 연못부터 통나무를 엮어 만든 넓은 평상, 그루터기 모양의 그늘막 등이 옹기종기 놓여 있었다. 평상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한 눈에 담기도 어려울만큼 넓고 푸른 산이 좌우로 펼쳐진다.
2020년 7월 한국에서 태어나 지난 4월 중국으로 반환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3)’가 12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각)부터 대중과 만날 야외 방사장을 하루 전인 지난 11일 직접 다녀왔다. 앞으로 푸바오는 실외 방사장 가장자리에 있는 동그란 문을 통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실내와 실외를 오가게 된다. 리더성 중국 자이언트판다 보호연구센터 부주임은 “유년기 판다는 호기심이 많고 활발하다”라며 “푸바오가 야외 방사장 내 기구를 잘 타고 뛰어놀며 이곳을 좋아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푸바오의 새로운 실외 방사장은 안전에 다소 취약해 보였다. 방사장 크기가 크지 않다 보니 관람객 입장에선 푸바오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푸바오는 그만큼 소음 등에 노출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방사장은 관람객이 가슴 높이까지 오는 울타리 밖에서 푸바오를 내려다보는 구조였는데, 울타리 위로는 그물이나 투명막 등 아무것도 없이 뚫려 있었다.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긴 했지만, 방사장 안으로 물건을 던지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청젠빈 사육사는 “전시 시작 후 몰릴 대규모 관광객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사장을 선택했다”라며 “안전 보장을 위해 방사장 및 주변 환경에 대해 여러 차례 소독했고 안전 검사를 실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센터 측은 푸바오의 상태가 양호하고 적응이 빨라 중국에 간 지 2개월 만에 공개 활동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또 다른 자이언트 판다 ‘샹샹(7)’이 지난해 2월 중국에 반환됐고, 그해 11월에 공개된 것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다. 푸바오를 돌보는 청젠빈 사육사는 “처음 케이지 적응 훈련을 할 때는 푸바오가 많이 싫어하고 (케이지 안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지만, 이후 차차 익숙해져 케이지를 장난감처럼 밀고 놀기도 했다”라며 “케이지 위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케이지 안에서 음식을 먹고 배변도 하는 등 잘 적응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판다들과도 잘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다들은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청각과 후각을 통해 주변에 판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쉬샹 사육사는 “(실내 방사장의 경우) 푸바오의 왼쪽, 오른쪽에는 각각 14세, 10세의 수컷 판다들이 있는데, 이들이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냄새도 나고 소리도 난다”라며 “푸바오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가족들과 지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서워했지만, 지금은 다른 판다들과 잘 교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푸바오에 대한 학대 의혹과 관련, 센터 관계자들은 푸바오가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일부분 털이 빠진 데 대해 쉬 사육사는 “격리 기간 중 일부 부위에 탈모가 발견됐지만 각질 증가, 건선 및 기타 이상 증상은 물론 탈모를 일으키는 병원체도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탈모는 판다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계절 및 환경 변화, 호르몬 수치 등과 연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분 털 색상이 바뀐 데 대해서는 “푸바오는 목이나 엉덩이를 난간과 벽에 문지르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뒹굴고 노는 것도 좋아해 (자주 닿는 부위는) 털색이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모두 정상이고 건강한 색”이라고 했다.
이마에 상처로 보이는 자국이 있다는 지적에는 “푸바오가 케이지 적응 훈련을 할 때 앉은 자세로 머리를 케이지 손잡이 모서리에 기대고 자다가 생긴 것으로, 털이 조금 끊긴 것”이라며 “저희는 오히려 푸바오 머리에 예쁜 점이 생겼다며 ‘미인점’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라고 말했다. 현재 푸바오는 사육사 2명, 수의사 2명, 영양사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담당하고 있다.
오는 7월 만 4세가 되는 푸바오의 미래 남편감에 대한 기준도 공개됐다. 웨이룽핑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 부주임은 “1963년부터 판다 번식을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수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요즘은 판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사람처럼 배경, 외모, 재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혈연관계 등을 계산해 번식 상대를 찾고 있다. 훌륭한 유전자의 보전과 생물 다양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푸바오가 번식에 나서기까지는 만 5~6세까지 기다려야 한다. 웨이 부주임은 “적절한 영양 공급과 쾌적한 생활 환경을 통해 신체를 정상적으로 발달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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