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되자 염소 경매시장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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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전남 화순군 이양면 초방리농장에서 만난 민권식(67)씨 표정이 밝았다. 그는 20년 전부터 고비산(해발 422m) 북서쪽 자락 19만8347㎡(6만평) 경사지에서 흑염소를 키워왔다.
그가 마음을 놓게 된 건 지난 7일 화순축협이 전남에서 처음으로 흑염소 경매시장을 개장했기 때문이다. 전남에서는 흑염소 주산지인 화순에 이어 보성과 강진에서도 염소 경매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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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보성축협도 개장 추진

“진작에 했어야죠. 인자 경매시장까지 열렸으니, 유통 폭리도 줄어들지 않겄어요?”
11일 오후 전남 화순군 이양면 초방리농장에서 만난 민권식(67)씨 표정이 밝았다. 그는 20년 전부터 고비산(해발 422m) 북서쪽 자락 19만8347㎡(6만평) 경사지에서 흑염소를 키워왔다. 무려 2천마리다. 2010년 이후부터 흑염소를 구매하는 업자들이 늘었지만 ‘경쟁 시장’이 없으니 거래할 때마다 찜찜한 기분이었다. “문전 거래를 하다 보니 유통업자 몇 사람이 가격을 멋대로 후려쳐도 암말도 못 했어요. 힘들여 키운 놈을 헐값에 내다 팔 때 얼마나 부아가 치밀던지.”
그가 마음을 놓게 된 건 지난 7일 화순축협이 전남에서 처음으로 흑염소 경매시장을 개장했기 때문이다. 7일 첫 경매에서 민씨는 흑염소 30마리를 만족스러운 가격에 모두 팔았다. 흑염소 경매는 2017년 충북 충주축협이 처음 시작했다. 2020년 충남 부여축협이 두번째로 경매를 시작한 뒤 한동안 뜸하다가 올해 4월 경북 의성축협, 5월 경남 함양산청축협에 이어 이달 7일 전남 화순축협까지 가세했다. 개 식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돼 흑염소 몸값이 오르고 유통량이 늘자 여기저기서 ‘시장 합리화’에 나선 결과다. 전남에서는 흑염소 주산지인 화순에 이어 보성과 강진에서도 염소 경매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7일 화순축협 흑염소 경매시장엔 모두 57마리의 흑염소가 나왔다. 출하자는 아침 7시부터 경매 사무소에 염소 정보를 낸 뒤 오전 9시까지 경매 입고(출장)를 마쳤다. 염소 정보를 등록할 때는 암수와 거세 여부, 질병 유무 등을 등록하고 몸무게도 측정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경매는 사고 싶은 염소의 번호와 낙찰가를 적어 사무실에 내는 ‘수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경매 최고가는 153만원. 1㎏당 가격이 2만3960원이었다.

이날 흑염소 경매를 맡았던 중개사 신동화씨는 “종자를 개량한 품종과 약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15~20㎏짜리가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유진 화순축협 상무는 “흑염소를 소규모로 키우는 농가들은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경매시장이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기 방식으로 이뤄진 화순축협 경매와 달리 12일 열리는 보성축협의 흑염소 경매는 전자식으로 진행된다. 무선 응찰기로 희망가를 적어 내는 이 경매 방식은 응찰자들이 경매 진행 상황을 전광판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오는 17일 염소 경매를 시작하는 강진축협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가격 결정의 주도권이 상인에게 있다 보니 염소 농가의 불만이 컸는데, 경매시장 개설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게 돼 사육 농가들이 반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흑염소는 소나 돼지에 견줘 하찮은 가축 취급을 당했다. 특유의 ‘누린내’ 때문에 식용으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았다. 찾는 이가 많지 않으니 당연히 경매시장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돼 개 식용에 단속 근거가 생기면서 ‘대체재’인 흑염소의 가치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 흑염소 사육 마릿수는 43만2756마리에 이른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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