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하늘과 백성 사이의 근정전

관리자 2024. 6.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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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경복궁을 다녀왔다.

그런데 근정전의 뜰을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근정전 뜰이 육안으로는 평평해 보이지만 월대에서 근정문과 회랑까지 단면을 보면 약 1m 이상 경사지게 해 우천 시 빗물이 바닥돌 사이로 자연배수가 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등의 건축적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근정전 뜰에 울퉁불퉁하고 제각각인 돌은 하늘의 구름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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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 세워진 근정전.

오랜만에 경복궁을 다녀왔다. 새롭게 복원한 윌대를 지나 광화문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이 흥례문의 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경복궁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권위적인 건물은 근정전으로, 국보 제223호다. 정면 5칸, 측면 5칸의 외관상 2층 규모 건물로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포가 있는 다포식 공포(처마의 무게를 받치는 구조물)이며, 현존하는 한국 최대 목조 건축물이다. 이곳은 조선 국왕의 정무와 나라의 큰 행사, 즉 외국 사신을 맞이하거나 국가 의식이 치러지는 장소로 사용됐다. 그중에서도 국왕의 즉위식은 근정전의 주요 기능 중 하나였다. 정종·세종·세조·성종·중종·명종·선조가 근정전에서 즉위를 치렀다. 임진왜란 때 소실돼 폐허로 있다가 1865년(고종 2년)에 중건됐기에 선조 이후에는 더이상 국왕의 즉위식이 없었다.

그런데 근정전의 뜰을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가장 존귀하고 존엄한 공간이며 국가의 중요한 행사를 하는 뜰의 바닥 돌들이 울퉁불퉁하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당시 조선의 석공들이 기술이 없어서 바닥을 저렇게 설치했을까? 독일 출신 영국 건축역사학자인 니콜라스 페브스너(Nikolaus Pevsner, 1902∼1983년)는 “자전거 창고는 건물이지만 링컨대성당은 건축 작품이다. 건축이란 용어는 심미적 호소의 목적을 위해 지어진 건물에만 해당된다”고 건축의 정의를 이야기했다. 즉 건물이 가져야 할 기능뿐만 아니라 의미도 담겨 있어야 건축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근정전의 뜰은 어떤 기능과 의미가 담겨 있을까?

근정전 뜰이 육안으로는 평평해 보이지만 월대에서 근정문과 회랑까지 단면을 보면 약 1m 이상 경사지게 해 우천 시 빗물이 바닥돌 사이로 자연배수가 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등의 건축적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근정전 뜰에 울퉁불퉁하고 제각각인 돌은 하늘의 구름을 상징한다. 중국은 하늘의 아들(천자·天子), 일본은 하늘의 황제(천황·天皇)라는 왕의 개념을 가졌지만 우리의 왕이라는 존재는 하늘님의 뜻을 받들어 땅에 있는 백성을 잘 다스려야 하는 중간자라는 개념이다. 높은 하늘과 땅의 중간에 있는 구름 위에 근정전을 세워 중간자로서 정체성을 잊지 말고, 민심(民心)을 곧 천심(天心)으로 알고 나라를 잘 다스리라는 의미다. 이런 애민정신(愛民精神)으로 나라를 다스렸기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백성을 위한 문자 훈민정음도 창제될 수 있었다.

이규혁 건축가·한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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