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들러리 서지 않겠다"지만... 입법 독주에 맥 못 추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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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기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거대 야당이 11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꿰찬 데 이어 의석수를 내세운 입법 독주를 공언했는데도 저지할 묘안이 딱히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오만, 국회의장의 폭거'를 규탄하는 데 주력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도록 길을 터준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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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주도 국회·상임위 일정 보이콧
"與 역할 방기" 비판 부담감 가중
"민주당이 한마디 하면 모든 것을 마음대로 굴릴 수 있다는 오만함의 극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기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거대 야당이 11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꿰찬 데 이어 의석수를 내세운 입법 독주를 공언했는데도 저지할 묘안이 딱히 없는 상태다.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결기를 드러내려다 일단 미뤘다. 판을 깨는 건 집권여당의 책임을 저버리는 격이다. 민주당의 폭주에 끌려가는 건 더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야당도 아닌데 장외투쟁에 나서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다.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초반부터 투쟁과 타협의 기로에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野 일방 통보 의사 일정 협조 못 해"...당내 특위로 '버티기'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오만, 국회의장의 폭거'를 규탄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이 이날 법사위를 비롯한 일부 상임위 회의를 소집하고, 대정부질문을 비롯한 6월 국회 일정을 강행하겠다며 엄포를 놓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격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의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성토가 봇물 터졌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도록 길을 터준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선출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거나 통보하는 그런 의사일정에 전혀 동참하거나 협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대신 당내에 구성한 15개 특별위원회와 당정 협의를 통해 민생 현안을 챙기며 맞서기로 했다. 시급한 현안은 국회 입법이 아닌 정부 차원의 시행령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논리다. 이에 에너지특위를 열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주제로 다룬 데 이어 12일에는 노동특위와 외교안보특위 등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국회 무조건 거부' 전략 한계 뚜렷... "여당인 것 잊지 말자" 의견도
하지만 사태 해결이 아닌 '버티기'에 불과해 전략의 한계가 뚜렷하다. 당내 특위는 국회 상임위와 달리 입법 권한이 없다. 법 아래 단계인 시행령으로 민생을 풀어가는 것도 꼼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외려 여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민생을 외면하고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의 입지를 스스로 좁힌다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에서 강경대응을 천명하면서도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결정을 유보했다. 장외투쟁과 단식, 장·차관 등 정부 인사의 상임위 보이콧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국민들이 집권여당에 기대하는 자세와 거리가 멀다", "고발 등 법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18개 상임위를 다 던져주고 민주당의 오만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며 "다만 '여당인 것을 잊지 말자. 강경 투쟁은 야당일 때 먹히는 방식'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총선 패배 후 예견된 상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전략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른 참석자는 "(국회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는데 투쟁이든 타협이든 선제적 대응 조치가 없었다"며 "원내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전략을 짜고 개별 의원들은 각자 현안과 이슈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매일 의총을 열고 원 구성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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