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서는 남대문에, 종암서는 찜질방에… "힘들다, 경찰서 청사 구하기"
크기·보안·임대료 충족하는 곳 찾아야
"문화재라도 나오면" 공사기간도 부담
“경찰 아저씨, 치과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11일 서울 중구 회현역 인근 서울중부경찰서 임시 청사의 로비. 민원실과 당직실 근처를 불안하게 서성이던 중년 여성이 초조한 얼굴로 묻자, 안내 경찰관은 능숙하게 이 여성을 상가 전용 엘리베이터로 유도했다. 현재 중부서는 남대문 시장 인근 상가 건물의 지하 2층부터 4층까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중 4층 사무실은 상가 손님들이 드나드는 치과나 피부과와 공유하고 있다.
낡은 건물 때문에 재건축 기회만 엿보던 서울 시내 경찰서들이 대거 신축공사에 들어갔다. 최소 3년이 걸리는 공사 기간 동안 임시 청사가 꼭 필요한데, 다른 곳도 아닌 '경찰서'에 어울리는 임시청사를 찾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온갖 조건을 다 생각해야 하다보니 의외의 장소에 입주하거나, 경찰서 관할 구역 밖에 자리 잡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테크노마트, 찜질방, 웨딩홀, 폐교...
중부서는 이 상가 건물에서 3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1982년 세워진 낡은 청사를 40년이 넘게 사용해 오다가, 마침내 신축 공사에 들어갔다. 중부서 소속 경찰관들은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중구 저동2가의 ‘옛집’에서 나와, 이 임시 청사에서 앞으로 3년을 일해야 한다.
그런데 특이한 건 임시 청사가 중부서가 아닌, 남대문서 관할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부서 관계자는 “관내에서 구해보려 했으나 입주할 건물이 마땅치 않아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타 경찰서 관할에 자리 잡게 됐다”며 “수백 명 인원이 3년 이상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여야 하고, 국가기관인 만큼 지켜야 할 조건들이 많아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재건축 기간 동안 경찰서가 들어가 있을 임시 청사 마련은 매번 큰 고민거리다. 국가 기관이면서도 범죄나 생명을 다루는 곳이라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다. 우선 △300~1,000명까지의 경찰서 근무 인력이 동시에 모일 수 있어야 하고 △수사·민원 시설을 분리하고 유치장 시설을 갖출 수 있을 정도로 공간적 여유가 넉넉해야 하며 △공공 업무시설로 용도변경도 가능해야 한다. 게다가 △빌딩 전체나 일부 층을 통째로 임대해야 하는데 △정부 예산 때문에 임대료가 과도한 곳은 선택할 수가 없다.
지난해 상가 빌딩으로 청사를 이전한 한 경찰서 관계자는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으려 2, 3년을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6월 임시 청사 후보를 추렸던 혜화서는 역시 아직 임시 둥지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특이한 곳에 입주하는 경찰서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구로서. 2022년 임시 청사를 물색하던 당시 구로서는 관할 밖인 금천구 일대 건물 2군데에 나눠 입주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그러다 결국 공실 상태던 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에 입주하게 됐다. 구로서는 5층을 공공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하고 지난해 1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 테크노마트 외벽엔 4층 가구명품관, 5층 구로경찰서, 7층 결혼식장 홍보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특이한 곳으로 이전한 경찰서는 또 있다. 종암서다. 2021년 기존 청사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찜질방 건물에 입주했다. 코로나 때문에 찜질방이 폐업하면서 자리가 났다. 강서서도 2020년 새 청사 완공 전까지 양천구 웨딩홀 건물을 임시 청사로 사용했고, 인천 남동서는 2022년 폐교 건물에 터를 잡았다.
임시 청사 구해도... "고생은 계속된다"
경찰관들 사이에선 힘들게 임시 청사를 구해도 고생은 계속된다는 토로도 나온다. 예컨대 옛 SM면세점 건물 일부 층을 청사로 사용하는 종로서는 경운동 신청사 공사장에서 옛집터·고분·건물터 등 유구가 다수 발견되며 재건축 작업이 멈췄다. 종로서 관계자는 “아직 문화재청으로부터 답신이 오지 않아 네 달째 공사가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외부 변수가 생기면 매달 억 단위로 나가야 하는 임대료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경찰서 관계자는 “임시 청사는 3년 계약을 했지만, (신축 현장에서) 문화재라도 나오면 5년까지도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추가로 지출할 임대료나, 청사 계약 갱신에 대한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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