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가치 흔들리자 '서든데스' 위기…'SKMS'로 재무장

안정준 기자 2024. 6. 1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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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K그룹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의 화두인 'SKMS(SK Management System: SK 경영관리체계)'는 SK의 '나침반'이다.

최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회의를 눈 앞에 둔 이달 초,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룹 DNA인 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며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SKMS 정신의 재무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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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K그룹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의 화두인 'SKMS(SK Management System: SK 경영관리체계)'는 SK의 '나침반'이다. 1979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당시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4년간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정립했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한국의 현실에 맞는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기업 영구 존속 발전의 주체는 인재이며 회사의 발전은 개인의 발전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SK 경영 시스템과 경영 철학의 근간이었다.

이후 SKMS는 경영 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게 14차례 개정됐다. 이 과정에서 그룹 최고 협의체인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의 이름도 나왔다. 세계로 향하려면 더 높은 'Super Excellent(초일류)'를 추구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겼다. 최태원 회장은 여기에 이해관계자 행복과 사회적 가치 철학을 더해 △자율과 책임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수펙스 추구를 뼈대로 하는 현재의 SKMS에 이르렀다.

최 회장은 그룹 경영의 변곡점 마다 SKMS를 되새겼다. 2004년 소버린자산운용의 지분 매집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하이닉스 인수, 2022년 재계 2위 도약에 이르기까지 SK 구성원들은 SKMS를 공유하며 위기를 돌파하고 변화에 대응했다.

SKMS 정신에 빨간불이 들어온 건 지난해 무렵부터였다고 한다. 그룹 내부에선 "구성원들이 더 이상 SKMS를 학습하고 고민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계열사에선 구성원들의 크고 작은 근태와 비위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시작됐고, 곧 그룹 전반에 대대적 감사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방대해진 조직은 느슨해졌고 변화 대응속도는 더뎠다.

그리고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15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배터리 사업이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 탓에 휘청댔고 그룹 에너지 중간 지주사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룹 캐시카우 SK하이닉스는 8조원에 육박한 적자를 냈다. 고금리는 취약해진 재무구조를 더 거세게 흔들었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CEO 세미나에서 7년만에 '서든데스(sudden death: 돌연사)' 를 언급했고 기존 부회장단을 2선으로 퇴진시켰다. 그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아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이 같은 쇄신은 SKMS 정신에 기반해야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게 최 회장의 문제의식이었다고 한다. SK 관계자는 "연초 임직원들에게 '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 줄을 고쳐 매다)의 자세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회의를 눈 앞에 둔 이달 초,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룹 DNA인 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며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SKMS 정신의 재무장을 강조했다. 이달 말 열릴 경영전략회의에선 SKMS를 화두로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던 SKMS 정신으로 재무장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자신감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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