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부산다움과 부산미래디자인
지역가치 높이는 여정 시작
강필현 부산디자인진흥원 원장
디자인은 인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인간다움을 위해 존재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즉 의·식·주·생의 시간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관계 가치들을 개선하거나 발전시키며 과거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그래서 산업 사회 공공 기반 모든 부분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활용의 필요가 존재한다.
지금 부산은 ‘부산다움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부산의 미래가치 창출과 글로벌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여정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부산은 한국의 변화를 시작하고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1980년대 이후 부산은 산업의 변화와 지속적인 발전 기회를 잠시 놓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부산은 과거에도 그랬듯 부산다움에 대한 고민과 한국의 미래를 부산에서 시작하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특히 디지털·신기술(지능화기술) 기반의 대전환 시대에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가치와 시민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부산다움의 소프트파워를 갖고 있다. 지난달 부산디자인진흥원에 디지털·신기술 분야 차세대 인력 양성과 역량 강화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정부 지원 사업에 1차 선정이 됐다고 연락이 왔다. 최종 선정이 되면 디지털·신기술 분야와 디자인이 융합해 산업과 사회에서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차세대 파워 플레이어를 선제적으로 육성하는 역할을 동남권을 대표해 담당하게 된다.
현재 부산은 제조 중심의 산업보다 서비스 유통 MICE 등의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로 형성돼 있다. 이런 산업 환경은 과거 용역 중심의 부산디자인산업이 위축되고,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산의 디자인산업은 전국 규모 3위로 발표되지만 전국 4% 내외 수준으로 수도권과 격차가 매우 크다.
하지만 현재 부산 디자인기업들은 용역 중심 사업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상품과 서비스모델을 디자인해 직접 생산·유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부산 디자인기업 A사는 소형 가전, 계절상품 등을 선 디자인하고 주문 생산해 유통하는 디자인융합사업으로 2022년 300억 원대의 매출과 6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B사는 근거리통신기술을 융합해 모바일 디바이스와 연동하는 상품과 서비스모델을 디자인, 2024년부터 분기별 1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려 부산을 대표하는 디자인벤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밖에 어르신 고객 맞춤형 지팡이를 디자인해 저가의 제조 중심 상품들을 제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복지바우처 상품으로 선정돼 관련 산업을 선도하거나, 고객맞춤형 중소형 선박을 디자인하는 등 미래시장을 창출하는 디자인기업들이 부산에서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 한국 최초, 또는 최대 규모의 성과다. 부산은 글로벌시장을 창출하거나 선도하는 미래 상품과 서비스모델을 디자인하는 한국의 미래디자인산업 거점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다움에 대한 고민과 신시장을 창출하는 여정은 부산의 디자인기업들이 디지털·신기술 분야와 디자인을 융합해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으로 이어진다. 지난 1월 부산시는 시민이 체감하는 우수한 공공 공간과 공공 서비스모델을 디자인하고, 공공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해 ‘부산 우수 공공디자인 보급’ 사업을 도입했다. 국내외에서 검증된 디자이너와 기업들이 국제공모전과 워크숍 형식 등으로 참여하는 사업을 통해 부산역 부산시청 광안리 해변의 공간과 공공시설물 디자인을 선행한다. 이와 함께 부산시의회는 지난 3월 13명의 의원들이 참여한 ‘행복한부산디자인’ 연구회를 발족했다. 앞으로 부산 사회와 산업을 진보시키기 위해 디자인 개선 과제와 활용 방법을 연구한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2022년 전국 최초로 산업 사회 공공 기반을 구분하는 부산디자인 아젠다를 정의하고, 단계별로 부산디자인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2022년부터 전국 최초로 ‘시민공감디자인단’과 ‘부산디자인산업육성’ 정책을 도입했고, 부산시의회는 전국 최초로 ‘서비스디자인조례’, ‘디자인대가기준 관련조례’를 도입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 활용과 발전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과정들은 부산다움을 고민하고 글로벌 허브도시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미래를 디자인하는 여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달 부산시가 발표한 미래디자인본부 신설은 부산다움으로 글로벌 허브도시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준비다. 이미 런던 바르셀로나 베를린 뉴욕 홍콩 두바이 등 글로벌 거점도시들은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고 관리하는 디자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의 미래디자인본부는 부산다움을 고민하며, 미래 한국의 발전을 다시 견인할 수 있는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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