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부산 청년 수도권 유출, ICT 계열이 가장 심각
부울경을 비롯한 비수도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인구유출이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133만 명이며, 이 중 50.7%(2601만 명)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1970년도만 하더라도 수도권 인구비중은 28.3%에 불과했으나, 2023년도에는 50.7%로 나타나 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수도권 인구유출은 주로 고학력 청년유출이 심각하다. 지난해에도 비수도권에서 6만8000명의 청년(15~34세)이 수도권으로 순유출되었으며, 부울경에서도 2만6000명이 빠져나갔다. 인재유출은 상품시장과는 반대로 임금과 근로조건이 낮은 지역에서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며, 국가 간에는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일어난다.
인재유출은 대학진학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1차 유출과 취업을 목적으로 이동하는 2차 유출로 나눌 수 있는 데, 한국에서는 1, 2차 유출 모두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재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자리와 노동시장 격차이다. 한국경제는 수도권 중심의 불균등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GRDP(지역내총생산)의 53.3%가 수도권에 치우쳐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수도권에 몰려있고, 교육 문화 의료 등 모든 부분에서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우위에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진학을 위해 수도권으로 1차 유출된 부울경 청년의 60% 이상이 고향으로 회귀하지 않고 수도권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부울경에는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사업체조사에 따르면, 근로조건이 양호한 대기업의 59%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ICT 등 첨단산업도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부산지역 공학계열 졸업생 중 ICT 전공자(컴퓨터 정보통신 등)의 35.4%가 수도권 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다(류장수 외, 2024). 또한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의 비중도 수도권이 81.4%(2744개 기업)이고, 비수도권 기업은 18.6%(625개 기업)에 불과하다(문영만, 2023).
부울경 청년의 관점에서 보면, 근로조건이 양호하고 미래발전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지역을 이동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부울경 가정경제는 자녀의 수도권 유학으로 주거비 등 생활비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가족 이산에 따른 삶의 만족도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고학력 청년의 수도권 유출은 지역의 유효수요 감소와 미래성장 동력의 손실을 초래한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지역 간 노동시장과 경제적 격차 확대는 인적자본의 효율적 배치를 왜곡시키고, 지역간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비수도권 청년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대학의 공적지원 확대를 통해 지방대학의 교육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지역의 국립대를 연합하여 연구중심대학으로 재편하고, 서울대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학력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CUC)과 커뮤니티칼리지 시스템(CCCS)을 응용할 필요가 있다. 희망하는 사립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권역별 준공영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만들어 지역산업 특화형 혁신인재를 양성하고,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비해 교육대상을 고교 졸업생뿐만 아니라 재직중인 노동자와 정년퇴직자로 확대하여 신기술에 대한 재교육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고학력 대졸 청년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부울경 메가시티(또는 남부권 경제)의 공동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대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우수한 청년들이 해당 지역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졸업 후 그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방공공기관에 지역대학 졸업생의 채용비율을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중심의 개발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산업과 첨단의 육성을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