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국외교,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에 대비해야

경기일보 2024. 6.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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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라는 용어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작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글로벌 사우스 개념은 1955년 반둥회의 이후 결성된 '비동맹 운동'과 '77그룹'에서 시작됐고 최근 강대국 간 경쟁이 치열하고 국제질서의 불안정성 및 국가 간 관계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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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호 한양대 ERICA 중국학과 부교수

최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라는 용어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작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국도 2022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글로벌 사우스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2023년 이후 시진핑 주석의 정상외교 역시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6월9일에는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高考) 사상정치 과목에서 글로벌 사우스 개념과 중국의 입장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글로벌 사우스는 통상적으로 지구의 남반구, 즉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남쪽 지역에 위치한 ‘제3세계’ 및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지리적 개념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에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및 중동 산유국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부강하고 부유한 국가들이 포함돼 있고 개별 국가마다 역사적으로 고유한 정치·경제적 위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정학적이고 역사적이며 경제학적인 개념인 글로벌 사우스를 단순한 지리적 개념 내지 하나의 단일한 블록(block)으로 인식하고 접근한다면 전략적인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글로벌 사우스 개념은 1955년 반둥회의 이후 결성된 ‘비동맹 운동’과 ‘77그룹’에서 시작됐고 최근 강대국 간 경쟁이 치열하고 국제질서의 불안정성 및 국가 간 관계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열린 유엔 총회의 결의안 표결에서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기권 내지 반대 표결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글로벌 사우스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모호함과 자의적인 구분 방식에 회의적이던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을 위시한 소위 ‘글로벌 노스’ 국가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냉전 시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온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인구와 자원 분야의 강점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및 불공정 무역 등과 같은 글로벌 어젠다에 동일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글로벌 국제질서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은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 사우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글로벌 사우스 내 인도와 중국 등 핵심국 간의 영향력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5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가 2024년 5개국(에티오피아,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을 추가해 BRICS+로 변모했고 향후 회원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및 핵심 국가들과 외교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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