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골프의 홈[골프 트리비아]
1900년대초 골프 미국 확산에 기여
9개 코스 번호 구분···2번 가장 유명
명예의 전당과 USGA의 새로운 둥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골프의 고향(Home of Golf)이다. 또 다른 유서 깊은 코스인 프레스트윅은 디 오픈의 고향(Home of The Open)으로 불린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디 오픈이 1860년 프레스트윅에서 시작됐다.
600년 전 스코틀랜드의 해안가에서 시작된 골프가 화려한 꽃을 피운 건 미국에서다. 현대 골프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럼 ‘아메리카 골프의 홈’은 어디일까. 미국골프협회(USGA)는 오래 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에 있는 파인허스트 골프클럽을 홈으로 여겨왔다. 최근에는 홈 코스 단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작업 중 하나가 올해 US 오픈 개막을 한 달 앞두고 파인허스트에 새롭게 문을 연 ‘골프하우스 파인허스트’다. 약 2만 8000㎡(약 8500평)의 광활한 캠퍼스에 펼쳐진 골프하우스 파인허스트에는 USGA의 테스트 센터, 체험 시설 등이 둥지를 틀게 됐다. USGA의 CEO인 마이크 완은 “USGA가 아메리카 골프의 홈에 오게 됐다. 정말 딱 어울리는 장소다”라고 했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도 골프하우스 파인허스트로 옮겨왔다. 1974년 파인허스트 골프클럽에 의해 세워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플로리다주에 임대 형식으로 나가 있었는데 창설 50주년인 올해 고향인 파인허스트로 복귀를 한 것이다.
파인허스트가 이처럼 골프 친화적인 도시이자 리조트가 된 이유는 태생부터 스코틀랜드 골프와 정서적인 유대감으로 연결돼 있어서다. 파인허스트를 창조한 건 제임스 터프츠라는 미국인 사업가다. 그는 1895년 파인허스트 일대에 결핵 환자들을 위한 휴양지를 건설할 목적으로 방대한 부지를 매입했다. 신선한 공기와 드넓은 소나무 숲은 결핵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또한 뉴욕 등 북동쪽의 추운 겨울을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파인허스트는 플로리다보다 훨씬 더 가까웠다.
열렬한 골프 애호가였던 터프츠가 1898년 파인허스트에 처음으로 골프코스를 세운 데 이어 그의 아들 레오나르드와 손자 리처드는 파인허스트를 이끌면서 골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 특히 리처드는 미국 골프계의 거물로 USGA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1951년 USGA와 R&A가 통일된 골프 규칙에 합의를 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파인허스트에 골프의 뿌리가 단단히 내리도록 한 또 다른 인물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유명 프로 골퍼이자 코스 디자이너였던 도널드 로스다. 그는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세인트앤드루스에 거주하면서 ‘골프 전설’ 올드 톰 모리스 밑에서 일을 배웠다. 신대륙으로 이주해 파인허스트에 정착한 로스는 파인허스트 골프클럽의 프로로 위촉됐고, 곧 새로운 코스를 만들게 됐다. 그게 바로 파인허스트의 얼굴로 1907년 탄생한 ‘넘버 2’ 코스다. 로스는 1948년에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손질한 끝에 2번 코스를 위대한 걸작으로 완성했다. 미국 전역의 약 400개 코스 설계 작업에 참여했던 로스는 2번 코스에 대해 “내가 만든 코스 중 가장 공평한 테스트 무대”라고 할 만큼 자부심이 넘쳤다.
파인허스트에는 총 9개의 18홀 코스가 있다. 9개 코스를 단순하게 번호로 구분한다. 로스는 그 중 1~3번 코스를 설계했다. 1번은 원래 두 명의 디자이너들에 의해 9홀씩 만들어졌지만 로스가 파인허스트에 온 후 스코틀랜드 스타일로 대폭 수정했다. 톰 파지오(4·6·8번 코스), 엘리스 메이플스(5번), 리 존스(8번), 그리고 잭 니클라우스(9번) 등도 파인허스트의 코스 설계를 맡았던 인물들이다.
파인허스트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USGA 주관 대회가 열렸다. 2014년에는 사상 최초로 US 오픈과 US 여자오픈이 2번 코스에서 2주 연속해 열리기도 했다. 파인허스트는 이제 US 오픈의 정기 개최지(앵커 코스)다. US 오픈은 올해 외에도 2029년, 2035년, 2041년, 그리고 2047년에 2번 코스에서 열린다. 디 오픈이 5년마다 골프의 고향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찾는 것처럼 올해를 제외하면 US 오픈은 앞으로 6년마다 파인허스트를 방문한다.
그나저나 한국 골프의 홈은 어디일까. 1930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군자리 코스는 군사정권에 의해 어린이대공원으로 변모했고, 경기 고양의 서울·한양CC가 한동안 그 역할을 맡아왔지만 지금은 옛일이 된 듯하다. 혹시 ‘홈 리스’ 신세는 아닌지 곰곰이 고민해볼 일이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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