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신태용 매직’···인도네시아,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진출 ‘사상 첫 본선행’ 도전
‘신태용 매직’의 힘은 강했다. ‘동남아 축구 선배’인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김상식 베트남 감독을 울렸다. 인도네시아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무대에 올랐다.
인도네시아는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F조 6차전에서 필리핀을 2-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최종 성적 3승1무2패 승점 10점을 쌓아 이라크에 이어 조 2위를 확정하며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달 김상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에 밀려 조 3위에 그쳐 3차 예선 진출이 좌절됐다.
인도네시아가 월드컵 예선에서 본선 진출국이 결정되는 단계까지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인도네시아는 오는 27일 예정된 3차 예선 조 추첨 결과에 따라 한국과 같은 조에 포함돼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다툴 가능성도 생겼다.
안방에서 반드시 승리해 자력으로 2위를 확정짓겠다는 인도네시아의 투지가 돋보인 경기였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선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1부 헤이렌베인에서 뛰는 2중 국적자 미드필더 톰 하예가 전반 32분 선제골을 넣었다. 이어 후반 11분 수비수 리즈키 리도가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3차예선 진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슈팅 20개를 날리며 7개의 필리핀을 압도한 끝에 2-0 완승을 거둔 인도네시아는 만원 관중과 거리 응원을 뜨겁게 펼친 홈 팬에게 3차예선 티켓을 선물했다.
3차 예선에 오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이라크에 1-5로 졌고, F조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필리핀과 1-1로 비기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라이벌 베트남과 2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3월 첫 번째 맞대결에서 1-0으로 이기더니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6일 신태용 감독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 이라크에 0-2로 졌지만 최종전에서 필리핀을 잡아 내면서 3차 예선에 오르게 됐다.
2020년 인도네시아 감독으로 부임한 신태용 감독은 4년 만에 팀을 동남아 강자로 확실하게 올려놓았다. 신 감독은 2020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준우승, 2021 동남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획득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17년 만에 아시안컵에 올려놓은 신태용 감독은 올해 초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 본 무대에서는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또 23세 이하 팀을 이끌고는 U-23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꺾는 등 4위에 올려놓았다.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기니에 0-1로 패배하면서 파리 올림픽 본선은 좌절됐지만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능력을 입증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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