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무인 기차역이 호텔과 양조장으로
전 세계 국가 중 고령화 및 인구감소 사회가 가장 빨리 도래했다고 알려진 일본이 눈앞에 당면한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가 철도역과 같은 남아도는 인프라와 더 이상 사람들이 살지 않는 시골의 빈집들이다. 이 심각한 문제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들의 결과물이 속속 나오는데 최근 지역의 비어 있는 기차역들과 인근 빈집들을 동시에 해결하는 창의적 결과물이 소개돼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전국 각지의 지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사토유메는 철도회사 JR동일본의 콘테스트인 'JR동일본 스타트업 프로그램 2020'에서 '철로변의 마루고토호텔' 프로젝트로 응모해 당선됐고 몇 년의 준비를 거쳐 지난 5월 일본 최대 연휴기간인 골든위크에 맞춰 오픈했다.
이 '철로변의 마루고토호텔'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철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그 일대를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이며 역 주변에 흩어져 있는 지역자원과 주변 마을을 새롭게 '편집'함으로써 지역 전체를 하나의 '호텔'처럼 보이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 프로젝트다.
도쿄의 서쪽에 위치한 다치카와역에서 오쿠타마역까지 운행되는 JR의 '오메선'을 중심으로 계획된 이 프로젝트는 이 노선을 지나가는 역 중 지역 공동화 현상으로 이미 무인화한 역내 역무원실을 개조해 프로젝트 호텔의 프런트데스크 콘셉트로 만들어 개찰구에서 체크인을 하고 나오면 철로 인근 지역이 모두 '호텔'이 되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 기획상품이다.
무인역 부근의 마을에는 빈집이 많은데 이 비어 있는 오래된 공간을 세련된 호텔 객실로 개조하거나 도쿄의 유명한 요리사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지역의 자연환경과 천연자원을 활용한 사우나로 바꾸는 등 혁신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그 일대를 걷거나 특수 모빌리티를 이용해 투어를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종합 리조트 공간이 된다.
이 회사는 호텔 개발 외에도 오메선을 따라 새로운 인적 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관광, 교통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새로운 전략을 책정해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DMO(Destination Management Organization)의 기능을 목표로 한다. 오메선을 중심으로 한 사업은 물론 2040년까지 JR동일본 관할지역 내 30개 이상 지역에서 지역 특성에 따른 지역 비즈니스 창출을 목표로 철로호텔과 같은 인간 중심의 지역모델을 개발해 지방철도 활성화를 통한 지역 공동화를 해결한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다.
이밖에 지역의 무인역을 양조장으로 개조, 다른 지역 고객들을 유치해 큰 성공을 거둔 곳이 있다. 시마네현 JR신인선의 무인역인 나미코 역사건물에 현지 맥주 메이커 이와미주조가 새롭게 공장을 완공하고 지난 4월에 오픈했다. 시 소유의 역사공간을 양조장으로 개조하면서 350리터짜리 양조탱크가 4대 설치됐고 카레와 수프 등의 레토르트식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도 준비했다. 무인역이 돼 아무 소용이 없게 된 역사를 '양조장'으로 개조해 고객유치에 성공한 케이스다.
무인스테이션에 양조탱크를 설치하고 역대합실이나 플랫폼에서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게 한 결과 오픈 이벤트의 경우 200명 이상의 애호가가 기차를 타고 방문해 수제 주류를 즐겼다. 그동안 나미코역에선 과실주와 레토르트식품 중심으로 판매했는데 이달부터 크래프트맥주 양조시설도 확보해 고객을 확대할 계획이다.
JR도 회사 차원에서 양조장행 전세열차를 특별편성해서 자유롭게 술을 즐길 수 있는 전용티켓 발행도 적극 검토 중이어서 1시간에 열차 1대에 승차인원 40명 남짓하던 무인역 일대가 떠들썩해질 것이라고 한껏 기대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 지금 일본 지자체들이 공동화 현상을 최대한 방어하고 외부인들을 끌어들이려는 인바운딩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단순한 지역 활성화가 아니라 생존전략으로 보인다.
대학시절 선후배들과 MT 장소로 주로 다닌 추억의 대성리역이나 강촌역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그 주변은 어떻게 변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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