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귀한 몸’ 구리도 ‘밀어내기 수출’ 준비 … 발등의 불 떨어진 국내 제련업계

이정구 기자 2024. 6. 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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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0만t ‘밀어내기 수출’ 준비
글로벌 전선·케이블 제조사 넥상스의 한 직원이 캐나다 몬트리올 인근 공장에서 산업 폐기물에서 구리 금속을 추출하는 모습. 인공지능 혁명, 에너지 전환으로 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폐전자제품 등에서 구리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구리 도시 광산’도 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전기차 등구리(동·銅)가 필수로 들어가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구리 수요가 크게 늘고 가격도 급등했지만, 국내 구리 제련 업체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구리 최대 소비국인 동시에 생산국인 중국이 자국에 쌓인 재고를 수출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철강·알루미늄에다 의류·문구·장난감 등 제품을 해외 시장에 헐값에 내놓으면서 ‘디플레이션 수출’이란 비판까지 받고 있는 가운데 구리도 이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중국이 한 달에 최대 10만t에 달하는 구리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2년 만의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한 제련 업계 관계자는 “제련된 구리는 괴(塊) 형태로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원거리 수출이 드문 편이지만, 중국이 ‘밀어내기 수출’을 본격화하면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이미 구리 광산을 선점한 중국이 제련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중국 제련 기업끼리 감산 합의… 공급망 장악 확대

비철(非鐵) 금속 중 하나인 구리는 제조업 경기와 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Dr.copper·구리 박사)’로도 불린다. 구리는 도로·다리·전력망 같은 인프라와 전자·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에 필수로 들어가는 재료이기 때문에, 경기 호황이 예상될 땐 구리 수요 증가가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약 10년간 이어진 구리 호황이 중국의 건설·제조업 급성장에 따른 호황이었다면, 현재 구리 호황은 미국의 AI·전기차·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주도하고 있다. 초고압 케이블이 필수인 데이터센터에 구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미국 시카고 신축 데이터센터에만 구리 2177t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기차 1대에 구리가 약 80㎏ 사용되는데 내연기관 차량(약 20㎏)의 4배에 달한다. S&P글로벌은 세계 구리 수요가 현재 연간 2500만t에서 2035년 5000만t으로 향후 10년 동안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수요는 미국에서 많은데 공급은 중국이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 구리 제련 기업은 구리 함량이 20~30%인 동 정광(精鑛)을 순도 99% 수준으로 제련하면서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중국의 자국 구리 생산 능력은 세계 구리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연간 1400만t 수준까지 급증했는데, 내수 수요는 감소하면서 이 수수료가 10년 만에 거의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중국의 대형 구리 제련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감산을 합의하고, 밀어내기 수출 가능성도 커진 이유다. 향후 중국이 공급을 쥐락펴락하면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련 기업도 원료 확보 경쟁에서 중국의 낮은 제련 비용과 경쟁해야 하는 악재를 맞이할 수 있다.

◇국내 제련 업체, 광산 확보가 ‘발등의 불’

중국은 광산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환경·인권 문제 제기를 피해 갈 수 있는 티베트·신장위구르·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구리 광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최대 구리 생산 기업 쯔진마이닝은 지난 2월 티베트 광산 확장 인허가를 획득하고 약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S MnM, 고려아연 등 국내 제련 업체도 광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구리는 인허가와 환경오염 문제로 광산을 새로 발견하고 실제 금속을 채굴하기까지 약 15년 걸린다. 원자재 확보 경쟁에서 밀릴 경우 비싼 값에 동 정광을 사 와야 한다.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LS MnM은 이달 초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BHP와 5년간 173만t 동 정광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향후 약 7조원 규모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고려아연도 현재 연 3만t인 구리 생산량을 2028년까지 연 15만t으로 확대하기 위해 ‘도시 광산’을 통한 구리 확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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