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릿고개’ 배터리업계 미국서 ‘임금 인상’ 복병 만나

이정구 기자 2024. 6. 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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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GM 합작법인 노사
3년간 임금 30% 인상 잠정 합의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미국에서 ‘임금 인상’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과 미 최대 자동차 기업 GM(제너럴모터스)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노사가 향후 3년간 임금을 30%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이다.

10일(현지 시각)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합의 내용을 밝히며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를 계기로 수천 명의 전기차 배터리 노동자들이 전미자동차노조에 가입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임금 협상 여파가 마찬가지로 북미에 생산 거점을 조성한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 소재 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과 완성차 기업 GM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잠정 합의가 향후 노조 표결까지 통과하면 얼티엄셀즈 1공장에선 시간당 임금이 3.59달러 오르고, 신입 직원 시급도 16.50달러에서 26.91달러로 오른다. 미국은 생산 인건비가 비싸 제조업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지만 전기차·배터리에 대한 미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을 믿고, 한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경쟁적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UAW 요구대로 임금 인상이 대폭 이어지면 보조금으로 상쇄해왔던 효과가 사라지며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실제 UAW는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거액의 보조금을 임금 인상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원가 절감’으로 캐즘을 버텨야 하는 배터리 업계에는 삼중고가 닥친 셈이다.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우호 정책을 펴면서 그나마 미국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예상만큼 높지 않다. 또 전기차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유럽 극우 정당의 집권 가능성도 향후 배터리 업계의 우려 요인이다. 여기에 노조 리스크까지 불거지는 것이다.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이 미국 자동차 회사와 설립한 배터리 합작사 중 노조가 설립된 곳은 얼티엄셀즈 정도지만, 향후 추가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UAW는 노조 설립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2026년까지 약 4000만달러(약 530억원)을 투입하기로 지난 2월 결정했다. UAW는 “노조를 조직하면 노동자들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근로 기준을 높일 수 있게 사측과 싸울 수 있다”고 밝혔다. SK온과 포드의 합작 법인 ‘블루오벌SK’도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전면 재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IRA 보조금이 축소되고 노조 리스크까지 확대된다면, 미국에 투자해야 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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