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의 딜 막전막후] 새마을금고 'PEF 출자 비리'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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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비리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새마을금고 출자사업을 담당하는 팀장이 중소 PEF 운용사인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고, 출자금을 밀어줬다.
ST리더스는 금융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전무한 그를 임원으로 채용해 새마을금고와의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그는 새마을금고가 ST리더스에 출자하도록 알선한 대가로 27억8000여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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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비리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새마을금고 출자사업을 담당하는 팀장이 중소 PEF 운용사인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고, 출자금을 밀어줬다.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하는 식으로 1억5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차를 몰던 전직 운전기사가 이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ST리더스는 금융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전무한 그를 임원으로 채용해 새마을금고와의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그는 새마을금고가 ST리더스에 출자하도록 알선한 대가로 27억8000여만원을 받았다. 이 사건의 등장인물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ST리더스가 새마을금고에 줄을 대 인수한 회사가 M캐피탈이다. 법정에서 ‘검은 비리’가 명백하게 드러났어도 M캐피탈을 인수한 ST리더스의 최대주주 지위는 변하지 않는다. 부정하게 받은 출자금을 운용하는 대가로 수십억원의 펀드 운용 수수료를 매년 꼬박꼬박 받아 챙기고 있다.
껍데기만 남은 M캐피탈
새마을금고는 ST리더스와의 관계를 끊어내고자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ST리더스의 펀드 운용사 지위를 박탈하려는 시도는 다른 출자자들의 반대로 막혔다. 운용사 교체는 출자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농심캐피탈과 VIP자산운용, 코리안리 등 일부 출자자가 반기를 들었다.
진흙탕 싸움 속에서 10위권 캐피털사는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ST리더스는 메리츠증권의 손을 잡았다.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000억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7700억원에 달하는 M캐피탈의 핵심 자산을 양도 담보로 내줬다. 양도 담보는 여의도에서도 낯선 개념이다. 양도 담보가 설정된 자산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조건부로 넘어간다. 담보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도, 담보자산 중 주식에 대한 의결권도 채권자가 갖는다. 금리도 시중은행 금리를 훌쩍 뛰어넘는 연 9%대 중반으로 설정했다. 스텝업 조건이 달려 실질 금리는 연 10%를 웃돈다. M캐피탈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
M캐피탈에 불리한 조건이지만 ST리더스는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범죄를 저지른 ST리더스가 최대주주로 남아 있는 한 M캐피탈에 자금을 대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이 양도 담보 조건을 내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시장 민낯 드러내
비리의 대가는 혹독하다. M캐피탈은 핵심 자산을 다 빼앗긴 빈 껍데기가 됐다. 핵심 자산을 메리츠증권에 내줘 M캐피탈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자산만 남은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M캐피탈의 요주의 이하 여신 비율은 17.6%로 직전 분기 말(13.9%) 대비 3.7%포인트 상승했다.
M캐피탈의 재무구조는 곪아 터지기 직전이다. ST리더스가 인수한 뒤 투자금융 자산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발행한 여신전문금융회사채는 독이 돼 돌아왔다.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는 8500억원에 달한다. 1분기 말 기준 M캐피탈의 단기차입 비중은 69.2%까지 치솟았다. 2021년 말(37.5%)과 비교하면 단기차입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M캐피탈 사태는 후진적인 우리 자본시장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견제 없는 권력, 개인의 탐욕, 허술한 관리 감독이 뒤엉켜 벌어진 일이다. 한 편의 금융범죄 영화를 연상케 한다.
망가진 건 총자산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캐피털사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PEF를 둘러싼 비리는 인수 기업뿐 아니라 시장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PEF 출자자와 운용자에게 보다 엄격한 도덕성 잣대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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