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논란 더 키운 국민권익위 ‘명품 백’ 조사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300만원 상당 명품 가방을 받은 것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라며 참여연대가 지난해 12월 신고한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고 종결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인지하고도 즉시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하는 별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명품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 그래서 대통령이 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도 조사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의 처벌 조항이 없다면 다른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권익위 설명대로라면 공직자 배우자는 금품을 받아도 상관없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권익위가 이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반부패 기구로서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처벌 조항이 없어 이렇게 끝낼 사건이었다면 권익위가 왜 6개월 동안이나 사건을 지체했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 60일 안에 사건을 처리하고 필요하다면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 권익위는 신고 후 90일 가까이 결론을 내지 않다가 총선 한 달 전인 지난 3월에야 사건 처리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1일 권익위의 종결 처분과 무관하게 검찰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명품 가방 수수의 위법성과 대통령 직무의 관련성,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다. 이와 함께 영상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의 함정 취재, 그리고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한다. 검찰 수사는, 의문만 남기고 정치적 논란을 더 키운 권익위 조사와는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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