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소멸한다는 것

천남수 2024. 6. 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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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消滅). 현실적으로 존재하다가 없어져 사라져 버리는 것.

동시에 인간의 의식에 존재했던 것이 사라지는 것도 소멸이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남아있어야 하는데, 소멸은 아예 존재 자체와 의식에서도 사라지는 것이니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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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消滅). 현실적으로 존재하다가 없어져 사라져 버리는 것. 소멸의 반대편에는 실존(實存)이 있다. 동시에 인간의 의식에 존재했던 것이 사라지는 것도 소멸이다. 그러나 질량불변의 법칙, 물질은 형태가 변하더라도 본래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남아있어야 하는데, 소멸은 아예 존재 자체와 의식에서도 사라지는 것이니 두려운 일이다.

소천소지(燒天燒地), 하늘과 땅이 불타서 없어져 버린다는 말이다. “소천소지가 되면 현재 나타나 있는 천지는 다 없어지고 다시 새 천지가 조판 되는가”라는 물음에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대종사는 “소천소지가 된다고 하여 일시에 천지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나 비하건대 인간의 생로병사와 같아서 인생이 한편에서는 낳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 같이 천지도 마찬가지다”라고 답했다.

인간에게 있어 소멸은 곧 죽음이다. 죽음이란 인간이 운명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다. 육체는 물론 의식도 소멸되는 것이다. 삶이 실존의 출발이라면 죽음은 실존의 끝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제한적인 실존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한한 시간만 주어진다. 그러나 죽음은 삶의 일부이자, 동시에 삶의 완성이기도 하다. 삶이 무한하다면 삶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죽음과 소멸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죽음에 대한 종교적 신념과는 별개로 죽음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수용에 내재되어 있고, 이를 통해 삶의 의미 또한 발견할 수 있는 까닭이다. 오히려 죽음을 통해 인간은 자유로워진다. 그 자유는 영원히 사라져 없어지지 않는 것, 소멸하지 않는 것이다.

실체적 사물은 물론, 특히 인간의 감정과 경험, 공동체 의식도 소멸돼 가고 있다. 디지털 세상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인간의 삶과 연관된 경험과 기억, 추억조차도 어느 순간 디지털이 이를 대신하는 세상이 됐다. 소멸은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구소멸, 지역소멸도 일상화되어 버렸다. 강요된 소멸의 시대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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