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촬영하러 한국 원정 떠나는 日예비부부들 [방구석 도쿄통신]
”한국 웨딩포토 기술, 세계 정상급”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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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을 앞둔 일본인 A씨는 웨딩 사진 촬영 장소로 일본이 아닌 한국을 골랐습니다. 이른바 ‘한국 원정(遠征) 웨딩 촬영’을 중개하는 일본 업체를 통해 서울 중랑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를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A씨와 그의 예비 신랑은 한국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지만, 업체 측이 붙여준 통역사 덕분에 사진사와 소통하며 촬영을 원활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일본보다 한국은 사진사와의 소통이 자유로운 편이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찍을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는 서울 관광까지 즐겨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합니다.
일본 커플들이 최근 결혼 기념 촬영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결혼식 진행 시간이 세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절차가 복잡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결혼식이 간소화돼 있는 대신 웨딩 촬영 문화가 잘 갖춰져 있어, 한국 아이돌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예비부부들이 한국 여행 겸 ‘원정 촬영’을 떠나고 있습니다.
일본 웨딩 전문 업체들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한국 원정 촬영을 홍보하며 “한국의 웨딩 포토 기술은 세계 정상급”이란 등의 문구를 쓰고 있는데요. 이들이 중개하는 원정 촬영 비용은 하루 약 29만엔(약 250만원)으로 저렴하지 않은 편이지만, 최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에 일본인 커플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습니다.
이들의 원정 촬영 일정은 대개 3박4일로, 2일차까지 촬영을 마치고 이후 남은 이틀은 자유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른바 ‘웨딩 포토 투어’라고도 불리는데요.
실제로 1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일본어로 ‘한국 웨딩 포토’를 검색하면, 최근 한국에 원정 촬영을 다녀왔다는 ‘인증글’이 4만건에 육박합니다. 유튜브에도 한국 스튜디오들의 촬영 분위기와 사진 보정력,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기술 등을 설명하며 한국 원정 촬영만의 장점을 소개하는 영상이 수 건 올라왔죠.
일본인들은 기모노 등 전통 의복 차림으로 신사(神社)나 절에서 사진을 찍는, 비교적 보수적인 일본 웨딩 문화에 비해 한국은 결혼식 당일 못지않은 화려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을 받고 보다 특색있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한 유튜버는 “한국 스튜디오들은 사람을 ‘예쁘게 찍는 기술’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웨딩 전문 스튜디오도 일본보다 훨씬 많아 선택 폭도 넓다”고 했죠.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엔 한국에 원정 촬영을 떠나고 싶지만 돈이나 시간이 부족해, 가지 못한 예비부부들을 겨냥한 ‘한국식 웨딩 스튜디오’도 생겨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한국 특유의 고급스러운 스튜디오 환경을 최대한 구현해놓았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한국 아이돌과 드라마의 유행으로 인기를 끈 이른바 ‘한국풍 스타일링’도 이 같은 원정 웨딩 촬영 인기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일본 매체 오토난사(オトナンサー)는 “‘여신머리’, ‘단발머리’ 등 한국 여성들이 즐겨 하는 헤어스타일이 최근 한국어 발음 그대로 일본에 들어와 유행하고 있다”며 “주로 ‘귀여움’을 강조하는 일본 여성들의 헤어스타일 대신, ‘어른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을 부각한 한국식 스타일이 특히 인기”라고 전했죠. 올 2월 유튜브에는 한국 원정 촬영을 다녀간 한 일본인 여성이 “남편이 ‘(웨딩 촬영에서)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고 해 (한국에) 오게 됐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6월12일 42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일본 예비부부들이 최근 한국으로 원정 웨딩 촬영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40~41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한국서 횡행하는 지브리 콘서트… 원작자 허락 없었다” 日영화음악가의 분노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5/29/TZCVAMYRUZFKJLTSVW2MQSUJ7A/
직원 대부분이 75세 이상...日시골마을 ‘할머니 비즈니스’의 기적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6/05/NNVN7TVA7ZEOLMG6MXNMO3EF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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