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분쟁' 첸백시, 왜 또 도장 찍고서 말 바꾸나[TF초점]

정병근 2024. 6.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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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백시 측 "SM, 약속 안 지키면서 매출 10% 요구"
SM "첸백시, 엑소 멤버로서 이점만 누리려고 해"

엑소 백현 시우민 첸(왼쪽부터)이 SM과 지난해 맺은 합의서 이행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SM엔터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엑소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에게는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두 번의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 두 번 모두 본인들의 의지로 의사결정을 했다. 그런데 또 그 두 번 모두 도장을 찍고 나서 말을 바꿨다. 이들이 원하는 건 대체 뭐고 어쩌다 말을 바꾸게 됐을까.

첸백시는 2022년 12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재계약을 했는데 지난해 6월 계약이 부당하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후 양 측은 합의했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나 이번엔 합의서를 문제 삼았다. 합의서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SM이 구두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합의서에 명시한 금액을 SM에 지급할 수 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첸백시는 지난해 SM과 분쟁 후 개인과 유닛 활동은 따로 회사(INB100)를 설립해 하고 엑소 활동은 SM에서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 합의 과정에서 얘기가 오간 게 유통 수수료율 5.5%와 매출액 중 10%다.

첸백시 측의 주장은 "SM이 유통사 수수료율을 5.5%로 낮춰주겠다고 해서 매출액 중 1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고, SM은 "개인 법인 매출의 10% 지급은 당사와 엑소 중국 멤버들과 분쟁 시 법원의 중재에 따라 실행됐던 합리적인 기준이고 수수료율은 당사의 권한이 아니라 합의서 내용에서 뺐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합의서 내용에 '5.5% 수수료'는 없고 '10% 지급'은 있다. 첸백시 측의 주장을 오롯이 받아들이더라도 첸백시는 SM이 구두로 한 약속만 믿고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셈이다. 그에 앞서 첸백시는 재계약 당시에도 도장을 찍고 나서 계약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도 또 똑같은 상황을 되풀이한 것이다.

심지어 수수료율 5.5%를 구두로 약속했다는 것도 첸백시 측 입장이고 SM은 "유통사와 협상이 잘 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첸백시의 법률대리인 이재학 변호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첸백시가 SM과 재계약을 할 때 그리고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를 설명하며 "첸백시는 엑소를 사랑하는 팬 분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위축된 마음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합의 당시 계약금도 받지 않고 엑소와 엑소 팬들 지키기 위해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첸백시는 본인들이 직접 확인하고 서명한 계약서와 합의서의 내용을 뒤늦게 문제 삼으면서 오히려 엑소와 팬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엑소와 팬을 생각했다'는 첸백시 측 말보다는 "엑소 멤버로서의 권리와 이점만 누리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SM의 말에 좀 더 설득력이 생기는 대목이다.

MC몽과 함께 원헌드레드를 설립하고 이후 INB100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차가원 피아크 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첸백시와) SM의 합의 과정을 지켜보고 합의서 작성까지 함께 했다"고 말했다. 첸백시가 SM과 이미 한 차례 날을 세웠던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말로만 오간 내용을 철석같이 믿었다는 게 다소 의아하다.

SM은 "법과 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법원을 통해 첸백시 측의 책임을 묻겠다"고 전했다. /SM 로고

양 측이 맞서고 있는 쟁점은 또 있다. 바로 탬퍼링(계약이 끝나기 전에 사전 접촉하는 규정위반 행위)이다. 지난해 6월 첸백시가 돌연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을 때 SM은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외부 세력으로 MC몽이 거론됐고 당시 MC몽 측은 백현을 만난 건 맞지만 고민 상담을 해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며칠 뒤 첸백시 측과 SM은 합의했다. SM은 당시 외부 세력 개입을 주장했던 것에 대해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 심려 끼쳐 송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후 백현은 개인 회사 설립을 알렸고 지난 1월 INB100 설립을 공식화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말 MC몽은 차가원 회장과 원헌드레드 설립을 발표했는데 원헌드레드는 지난 5월 INB100이 자회사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첸백시는 지난해 '외부 세력'으로 지목됐던 MC몽과 함께하게 됐다.

공교롭긴 하지만 첸백시 측 이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첸백시는 당시 그리고 그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기존 (SM과의) 전속계약 외에 다른 전속계약을 시도한 바 없다"고 강조했고, 차가원 회장은 "백현과 저와 MC몽은 가족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고 당시엔 조언만 해줬을 뿐"이라고 탬퍼링 의혹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SM은 이후 공식입장문에서 "이 모든 사건의 본질은 MC몽, 차가원 측의 부당한 유인(탬퍼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이미 충분히 짐작하고 있던 부분이지만 금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을 통해 첸백시에 대한 탬퍼링이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후 첸백시 측은 SM에 유감을 표명하며 "탬퍼링의 기준 및 근거를 밝혀라"라고 요구했지만 SM은 탬퍼링의 근거를 내놓진 않았다.

다만 차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백현은 친한 동생이다. 전 엔터사에 관심이 없었는데 백현에 공감이 갔고 조언을 하면서 개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계속 친한 사이로서 도움을 줬더라면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을 텐데 엔터사에 관심이 없던 차 회장이 엔터사를 설립하고 백현과 함께하게 됐으니 SM의 의혹 제기도 뜬금없지는 않다.

그렇게 첸백시 측과 SM은 다시 분쟁에 돌입하게 됐다. 차 회장은 "일종의 사기 합의 행위고 당사는 지금 이 순간부터 전면전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SM은 "법과 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법원을 통해 첸백시 측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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