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불가리 본점 털렸다 "영화처럼 바닥 뚫고 침입"

보석, 시계 등 최소 7억원 피해…경찰 수사 중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콘도티 거리에 있는 불가리 본점. 매장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명소 스페인 계단 인근에 있는 불가리 본점에서 영화에서 볼법한 기상천외한 수법의 절도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심야에 불가리 본점에 침입한 괴한 3명이 최소 50만유로(약 7억4천만원) 상당의 보석과 시계를 훔쳐서 달아났다.

이들이 물건을 훔치는 사이 경보망이 작동하면서 경찰 순찰차가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절도범들이 미리 입구를 막아 놓은 탓에 경찰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데는 4분이 더 걸렸다.

절도범들은 11분 동안 귀중품을 챙긴 뒤 사라졌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맨홀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 하수구 터널을 통해 매장 바로 아래 지점까지 수백ｍ를 이동한 뒤 구멍을 뚫어서 침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장 내부 CCTV를 분석한 경찰은 이들은 하수도 터널을 통해 매장 내 다용도실로 들어왔으며, 이 곳을 통해 탈출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CCTV에 찍한 절도범은 3명이지만 공범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절도범들은 범행 현장에 쇠 지렛대를 남겨두고 도주했지만 지문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매장 구조와 보안 시스템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에 매장을 방문했을 것으로 보고 과거 CCTV 영상까지 분석하고 있다. 현지 매체는 절도범들이 트레비 분수 아래를 지나는 하수구 터널을 통해 매장 바로 아래까지 이동한 뒤 며칠 동안 조심스럽게 구멍을 파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시키는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불가리는 프랑스의 카르티에와 반클리프 아펠, 뉴욕의 티파니앤코와 함께 세계 4대 보석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불가리 본점은 스페인 계단 인근에 있는 로마의 고급 쇼핑가인 콘도티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콘도티 거리에는 불가리 외에도 에르메스, 카르티에, 구찌,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 매장이 줄지어 있다.

2022년 8월에도 도둑들이 로마 중심부에 있는 은행을 노리고 땅굴을 판 적이 있다.

당시 도둑들은 은행 인근 상점을 임대해 땅굴을 파기 시작했지만 며칠 전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땅굴 위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그중 한 명이 지하에 8시간 이상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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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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