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10] ‘조심스러움’을 위해 필요한 것
신문을 꾸준히 읽는 날이 계속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육아 중인 엄마가 모여있는 온라인 단톡방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의 학부모 총회를 오늘 가는데 긴장된다는 글을 올렸다. 몇 분이 내게 힘이 되는 따뜻한 메시지를 올려주었다. 그런데 그중 한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학기 초에 학교 가면 담임이 학부모 회장이나 총무 같은 임원을 정하잖아요. 할 생각도 없는데 왜 그걸 그때 정하는 건지. 강요처럼 느껴져서 저는 그런 거 너무 싫어요.”
그 글을 보자 교사와 관련된 수많은 기사가 머리에 떠올랐다. 교사의 인권에 관련된 기사들. 교사 중 누군가가 단톡방 메시지를 본다면 마음이 불편하거나 억울한 사람도 있을 것 같았다. 교사마다 일 진행 방식과 가치관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고 그 집단만의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말을 꺼낸 이도 별다른 의도는 없었으리라 생각하지만 마음이 불편해진 나는 서둘러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온라인 세계가 커지면서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사라졌다. 예전에는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인원이 한계가 있었으므로 내 앞에 있는 사람들과 관련한 배경 지식만 머릿속에 빠르게 떠올려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면 되었는데 최근에는 아니다. 온라인 단톡방은 많게는 천 명 이상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간이다. 문장 한 줄이 들고 오는 파장이 과거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속 글의 힘을 체감할수록 나는 신문을 더 열심히 읽었고, 읽을수록 단톡방에 글을 올리는 빈도가 줄었다. 최근 이슈 중 하나인 의사 파업과 관련해 기사가 아무리 쏟아져도 단톡방에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요금이나 서비스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도 단톡방에 올리지 않았다. 특정 치킨 브랜드에 관한 품평도 하기가 어려웠다. 단톡방 내 관련 직업인이 보았을 때 최대한 기분이 나쁘지 않을 만한 것만 추리고 추려 올렸다.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 어머니 이야기에 나오는 두 아들을 둔 엄마처럼 나는 단톡방에 글을 올릴 때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된다. 비가 오는 날 나막신 장수는 돈을 많이 벌겠지만, 짚신 장수는 돈을 벌지 못한다. 날씨가 좋으면 이 반대이다. 소비자, 생산자 관련 양쪽 기사를 떠올리며 최대한 기분 상하는 이가 없도록 조심스럽게 문장을 고른다.
내가 누군가에게 알지도 못하는 사이 상처를 줬다면 어떤가? 그 상처가 단지 나의 무지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간단하다. 지금부터라도 신문을 읽으면 될 일이다.
내가 한 말이나 올린 글이 크게 부풀려지는 시대. 오히려 이런 시대라면 조심스러움을 미덕으로 삼아 신문을 통해 배경 지식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말하기. 참 어려운 과제이지만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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