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캡틴' 손흥민 "우리 홈, 중국 야유 받아들일 수 없다"(종합)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우리 홈 경기장에서 그렇게 (야유를) 하는 건 제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우리 팬들도 같이 무시하는 행동입니다."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자기에게 야유를 퍼붓는 중국 원정 팬을 향해 '3-0 세리머니'로 되받아친 이유를 똑똑히 설명했다.
손흥민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6차전 중국과의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통산 127번째 A매치에 나선 손흥민은 이영표와 더불어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여러 차례 돌파하며 여러 차례 공격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후반 16분에는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문전으로 공을 찔러 넣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결승 골에 관여하기도 했다.
이날 손흥민은 '경기력' 외에도 '세리머니 한 방'으로 한국 축구 팬의 가슴을 뻥 뚫었다.
전반 44분 이강인의 롱 패스를 쫓아 골라인을 넘어갔던 손흥민에게 중국 원정 팬들이 야유를 쏟아부었다.
손흥민은 고개를 돌려 중국 원정석을 돌아본 뒤, 씩 웃었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들어 엄지, 검지, 중지까지 세 손가락을 펴들고, 왼손가락은 동그랗게 말아 '0'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중국 원정에서 한국이 중국에 3-0 완승을 거둔 경기를 떠올리게 했다.
중국 팬의 야유를 '공한증 악몽'으로 되돌려준 셈이다.
손흥민이 재치 있게 중국 팬에게 역으로 '한 방'을 먹이자, 한국 팬들은 환호를 보내며 '대한민국 캡틴'에게 힘을 실어 줬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손흥민은 이 세리머니에 대해 "우리 홈 경기장에서 그렇게 (야유)하는 건 내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그런 야유는) 우리 팬들도 같이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대한민국 선수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는 특별히 야유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손흥민은 "경기 중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데, 잘 말리지 않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며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중국전 승리에 만족하면서도 조금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단단한 모습을 보였고, 위험한 장면 없이 안정적으로 경기했다"면서도 "찬스를 좀 더 살렸다면 더 크게 이겼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6월 A매치 2경기를 임시로 이끈 김도훈 감독과 코칭 스태프를 향해서도 "고생하셨다. 골을 많이 넣기도 했고, 2경기 모두 무실점으로 끝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손흥민은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시즌 마지막 경기기도 한데, 마지막 경기를 한국에서 한국 팬의 응원을 받으며 잘 치렀다.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팬들의 응원에도 화답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규율'과 '약속된 플레이'를 강조했다.
손흥민은 "축구를 하다보면 여러 감독님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많은 색의 옷을 입게 된다"고 운을 뗀 뒤 "축구에서는 규율적으로 움직이고, 약속된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손흥민은 "선수의 능력과 탤런트도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소속팀이든 대표팀이든, 감독과 어떤 방향의 축구를 할지 미리 정하고,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어 "능력적인 부분에서는 훌륭한 선수가 많다. (새 감독이라는) 새 옷을 입어도 잘할 선수들"이라며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을 잘 감안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안전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방침과 한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기자회견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또 한 번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아시안컵, 대표팀 경기들 덕에 정말 재미있었고,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며 2023-2024시즌을 돌아봤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때 이강인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도중 다친 손가락에 대해 묻자 "다 낫지는 않았지만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이번 소집 기간은 선수들이 분명히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행동 하나하나 신경 썼던 게 이렇게 경기장에서 그대로 나타나서 한 팀의 주장으로서 정말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거친 수비수에 여러 차례 그라운드에 넘어졌던 손흥민은 "축구에서는 거칠게 하는 게 어쩔 수 없지만 파울이라는 게 있다. 그러니 이를 잘 이용할 줄 아는 게 경험에서 나오는 행동이라 본다"고 짚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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