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차분히 도전하자
속도전보다 지구전으로 유전 개발 추진해야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논의하기에 앞서 몇 가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 확보가 절실하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4.4%에 달하며, 동해가스전이 고갈된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개발 사업에서 20%의 성공률과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탐사 자원량을 보고받았을 때, 시추를 통해 확인해보지 않고 멈추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의 초점은 두 가지에 맞춰야 한다.
첫째,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우리 EEZ 안의 사업이며, 묻혀 있는 자원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와 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교적 촘촘한 위험 검토 체계와 분석 역량을 확보했다. 탐사 자료 해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해외로의 정보 유출도 고려해야 하므로 복수의 교차검증은 어려울 수 있지만, 탐사 자료 처리와 해석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연구 그룹이 존재하므로, 액트지오의 분석 절차와 석유공사의 판단 과정에 혹여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있다. 논란이 불거진 현재 상황에서는 속도전보다는 지구전이 불필요한 논쟁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둘째, 결과적으로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외국 기업의 자본을 유치해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광구의 일부 지분을 해당 기업에 양도해야 하며, 경제성 있는 유전으로 판명되면 이익 또한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현시점에서 탐사비를 절감하고 위험과 미래의 이익을 해외기업과 함께 나눌 것인지, 아니면 지금 우리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대신 모든 이익을 누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전략의 문제다. 국부 유출이 걱정된다면, 해외가 아닌 국내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유전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면, 생산 이후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바다 밑 깊은 땅속 사암의 모래 알갱이 사이에서 석유와 가스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게 다시 찾은 기회인 만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차분한 도전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에 이바지할 유전의 발견을 기대한다.
김진수 한양대 교수·자원환경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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