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휴전 수용하라” 면전서 압박한 미국…코너 몰린 네타냐후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6. 1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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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일 오후(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이 주도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 이날 회의 표결에서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이 이 결의안에 찬성했고, 러시아가 기권해 가결 처리됐다. [사진 = AP연합뉴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가자전쟁 휴전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다. 그동안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다른 국가들이 제시한 휴전 결의안을 막아온 모습과 대조적인 강력한 휴전 압박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패싱’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단독 인질 석방 협상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6월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의 황준국 주유엔 대사가 주재했다.

10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이 제안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4개국이 찬성했고, 러시아만 기권했다. 러시아는 상임이사국이지만 반대를 하지는 않음으로써 결의안 가결에 힘을 보탰다.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텔레비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발표한 3단계 휴전안을 하마스에게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내용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협상 내용을 지체없이 또 조건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담겼다.

일명 ‘바이든 휴전안’은 △6주 동안 완전한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철수, 인질 일부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영구적인 적대 행위 중단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의 시신 송환 등이다. 당장 휴전이 타결되면 1단계가 이행되며 2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협의가 시작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결의 채택 이후 발언에서 “안보리는 하마스에 ‘휴전 협상안을 받아들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미 협상안에 찬성했고, 하마스도 찬성한다면 싸움은 당장 오늘이라도 멈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재차 ‘바이든 휴전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으며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는 안보리의 결정 직후 성명을 통해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내용을 환영한다. 결의안은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 포로 교환, 재건, (주민들의) 쫓겨난 주거 지역으로의 복귀, 가자지구의 인구 통계적 변화나 영역 축소 거부, 우리 주민에 필요한 구호품 전달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간접 협상에 관여할 의사가 있다”고 적었다.

이스라엘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여전히 ‘바이든 휴전안’과 일부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주유엔 이스라엘 대표부의 레우트 샤피르 벤-나프탈리 조정관은 “이스라엘은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의 군사·통치 능력을 파괴하며 향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표결 과정을 지켜보긴 했지만 이스라엘의 발언 순서에는 자리를 비웠다. 에르단 대사는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엔이 하마스 편을 든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유엔과 날을 세워온 인물이다.

이스라엘의 셈법이 복잡하다는 의미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휴전안을 직접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사전에 미국과의 협의한 내용과 일부 차이가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주변 극우인사들로부터 ‘휴전 없는 하마스 궤멸’을 압박받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바이든 휴전안을 수용하라고 사실상 면전에서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휴전안을 수용하면 이스라엘은 레바논 헤즈볼라와 인접한 북부 국경에서 안정을 얻을 수 있으며 중동 역내 국가들과 관계 개선 역시 촉진될 수 있다고 회유했다.

블링컨 장관은 ‘채찍’도 들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포괄적인 제안을 미국과 세계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지지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내부 정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 NBC방송은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휴전안을 두고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이 직접 하마스와 인질 석방 관련 협상을 시도하는 방안을 매우 현실적인 옵션으로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실화될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거대한 내부 반발에 직면할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자극받고, 결국 ‘조기 총선론’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일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정적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가 무의미한 소모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전시내각을 탈퇴한 상황이어서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의 ‘네타냐후 패싱 검토’를 두고 NBC는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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