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웅어와 깨나리[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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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에서 강의할 때다.
웅어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도중에 한 노인이 손을 들었다.
조선시대에도 웅어와 깨나리를 같은 어종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또한 세어(細魚)를 한글로 '깨나리'라고 쓰고, "세어는 웅어와 아주 닮았으나 가늘고 작은데, 이것을 웅어 새끼라고도 하나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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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에서 강의할 때다. 웅어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도중에 한 노인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건 ‘웅어’가 아니라 ‘우어’가 맞습니다”라며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고, 강당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노인은 철석같이 모든 사람이 ‘우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단다. 충청도에서는 ‘우어’로 통용되니까 어르신 말씀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인천 강화도의 포구와 어업을 조사할 때 일이다. 강화도와 경기 김포 사이를 남북으로 흐르는 염하수로에 있는 더리미포구를 방문했다. 공터에 펼쳐진 그물망 위에서 생선이 건조되고 있었다. 지나가던 어민에게 물고기 이름을 물었더니 깨나리라고 했다. 싱어를 강화도에서는 깨나리라고 하는지 되물었더니, 강화도에 싱어라는 물고기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건조하는 생선이 싱어인 것을 알면서 확인차 물었던 것인데 의아했다. 또 다른 어민에게 물었더니 깨나리가 웅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때부터 두 어민은 서로의 말이 옳으니 그르니 하며 옥신각신했고, 나까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강화도 부속 섬인 교동도 죽산포로 향했다. 포구에 웅어와 싱어(깨나리)가 섞여서 건조되고 있었다. 어민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웅어와 깨나리라고 알려줬다. 어민에 따르면 교동도는 웅어가 많이 잡혀서 웅어와 깨나리를 구별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두 어종이 비슷하게 생겨서 굳이 구별하지 않거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강화도에서 깨나리 혹은 빈주리라 불리는 물고기의 표준명은 ‘싱어’다.
조선시대에도 웅어와 깨나리를 같은 어종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웅어는 갈대밭에서 잘 잡혀서 갈대 위(葦) 자를 써 위어라고 했다.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에 의하면 “위어는 좁고 길며 넓적하고 얇으며, 비늘이 얇고 색깔이 희고 흡사 숫돌에 간 뾰족한 칼과 같다”라고 했다. 또한 세어(細魚)를 한글로 ‘깨나리’라고 쓰고, “세어는 웅어와 아주 닮았으나 가늘고 작은데, 이것을 웅어 새끼라고도 하나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깨나리를 새끼 웅어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서유구는 다른 종임을 알고 있었다.
봄에 잡히는 웅어는 뼈가 연해서 통째로 썰어 회로 먹고, 가을에 잡히는 웅어는 뼈가 단단해 포를 떠서 먹는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맛이 지극히 달고 진하여 횟감 중에서 상품이다”라고 기록했다. 승정원일기(인조 3년)에는 고양, 교하, 김포, 통진, 양천 등지에 사옹원이 관리하는 위어소(葦魚所)를 설치해 웅어 어획을 독려하고 웅어잡이 어부는 군역을 면해주었다는 내용이 있다. 웅어 맛을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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