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명장, 8년 만에 다시 쌓아올린 금자탑··· 김경문 한화 감독 KBO 역대 600번째 감독 900승 고지
딱 네 걸음을 남기고 멈춰 섰던 명장이 6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와 끝내 900승 대기록 고지를 밟았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11일 잠실 두산전 6-1 승리로 감독 통산 900승을 기록했다. KBO 역대 6번째 기록이다. 감독 복귀 후 7경기에서 4승째. 선수로, 그리고 지도자로 가장 오랜 기간 몸담았던 인연의 팀 두산을 상대로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한화 김범수가 9회말 상대 마지막 타자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더그아웃의 김 감독은 차분히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눴다. 주장 채은성이 꽃다발로 김 감독의 기록을 축하했다.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 원정팬들이 김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화 타선은 5월 가장 압도적이었던 국내 선발 곽빈을 상대로 기회마다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3회초 1사 2·3루 기회에서 장진혁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선제점을 뽑았다. 4회 들어서는 노시환의 선제 2루타에 채은성의 적시타로 추가점, 김태연의 번트에 이어 최재훈이 두산 우익수 헨리 라모스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3점째를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한화 타선의 집중력은 5회 이후로도 계속됐다. 6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곽빈을 상대로 1사 후 연속 3안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바뀐 투수 정철원의 제구 난조를 틈타 밀어내기 볼넷 득점과 장진혁의 중전 적시타까지 더하며 6-1까지 달아났다. 5월 한 달 동안 4승 무패에 평균자책 1.48, 최근 8경기 중 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던 곽빈이 승계주자 실점을 포함해 5.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마운드 위에서는 이날이 KBO 리그 2번째 경기였던 선발 하이메 바리아가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초 80~90구 투구를 계획했는데, 공 79개로 아웃 카운트 18개를 잡았다.
김 감독은 2004년 두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2011시즌 중도 사퇴까지 만 7년 동안 960경기에서 512승(432패 16무)을 올렸다. 특유의 뚝심에 역동적인 발 야구로 리그를 흔들었다. 같은 해 NC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NC가 1군에 합류한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팀을 이끌며 다시 384승(342패 14무)을 거뒀다. 김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던 덕분에 신생팀 NC가 빠르게 리그에 안착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 감독은 두산과 NC에서 모두 896승(774패 30무)을 올리고 2018년 성적 부진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명장의 기록도 그 자리에 멈춰 서는 것으로 보였지만, 6년 만에 한화 감독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KT를 상대로 복귀 첫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빠르게 900승을 올리는가 했지만, 직전까지 감독으로 있었던 NC를 상대로 1무 2패에 그쳤고, 결국 첫 감독팀 두산을 맞아 900승 기록에 성공했다.
김 감독에 앞서 900승을 넘은 감독은 모두 5명. 김응용 전 감독이 1554승(1288패 68무)로 KBO 감독 최다승 기록을 보유했다. 김성근(1388승 1203패 60무), 김인식(978승 1033패 45무), 김재박(936승 830패 46무), 강병철(914승 1015패 33무) 전 감독이 이후 차례로 900승 고지를 밟았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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